저녁장을 보러 다녀오는 길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지붕이 있는 곳으로 후다닥 뛰어 비를 피해 본다.
금방 그치겠거니 기다렸지만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에
점점 무거워지는 장바구니를 부여잡는다.
조바심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는데
처마밑으로 떨어진 떨어진 빗방울은
초록 나뭇잎 위를 동동 구른다.
기분 좋게 흔들거리는 초록이들 사이로
누군가 알아봐 주길 기다렸다는 듯
예쁜 하트무늬가 숨겨져 있다.
바쁜데 웬 소나기냐며 잔뜩 찌푸러든 얼굴이 슬슬 풀리고
마치 아무도 모르는 보물상자를 발견한 것처럼
입가엔 슬슬 미소가 번진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 때문에 멈춰 선 길에서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 덕분에 보물을 발견한다.
달라진 빗소리를 마음에 담고
조금 더 넉넉해진 마음을 안고
무거운 장바구니를 가볍게 들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