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잘 챙기자구요
이제 비행기를 타고 떠나봅시다. 대부분의 기업은 계약된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해서 보내줄 거예요. 그렇다면 단순하게 그 표를 가지고 비행기를 타면 되겠지요. 가끔 직접 구매해서 입국하면 정산해 주겠다는 곳들도 있어요. 그런 경우에는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그것조차 어렵다는 곳은 이게 회사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현지 사정으로 인해 법인카드 발급이 어려운 곳도 있답니다. 그런 경우라면 카드 전표와 함께 영수증 잘 챙기세요. 보딩패스도 잘 간직하세요. 비행기를 탔다는 증빙까지도 필요한 곳이 있어요.
참. 비자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도 영수증이 필요하겠지요. 아포스티유를 진행하느라 발생한 비용 증빙도 꼭 챙기시고요. 입사하면서 발생한 비용은 철저하게 영수증을 챙기셔야 합니다. 회사는 당연히 그런 비용들을 지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권발급비는 글쎄요. 입사 후에 여권 갱신을 한 경우는 발급비를 지원할 수 있지만 입사 전에 여권은 필수사항이니 지원이 어렵겠지요. 대부분 구직 포스팅에 여권 소지자를 표기한답니다. 이 몇 만 원이라도 아껴보려고 회사는 정말 치밀하답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하는 사항은 임시 숙소 예약 현황에 관한 것입니다. 예약 확인서를 요청하세요. 회사에서 예약해 주지 않고 직접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예약을 진행하고 확인서를 입사부서 선임과 인사/총무 부서에 공유하세요. 회사에서 예약해 주는 경우에는 임시숙소와 사무실 간의 거리와 교통수단을 고려해서 진행할 거예요. 본인이 예약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실무자와 확인해서 사무실 출근이 용이한 곳으로 예약하세요. 걸어서 사무실로 갈 수 있는 숙소라면 아주 훌륭해요.
비행기를 타는 시점에는 입사하는 부서와 인사/총무 부서에 탑승한다는 연락을 넣으세요. 혹시라도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하면 지연 현황을 적시에 안내하세요. 그리고 탑승이 완료되면 문제없이 비행기를 탔습니다 라는 보고를 반드시 하세요. 이것이 입사자의 역량을 보는 척도가 됩니다. 회사는 보고만 잘해도 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비행기에 탑승하시면 비행시간 동안에는 그냥 쉬세요. 그동안 얼마나 긴장했겠어요. 도착하는 순간부터 또 긴장을 해야 하니 비행시간 동안만큼은 그냥 모든 걸 잊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아무 생각 없이 쉬세요. 그 시간은 정말 자신을 위해서 즐기세요. 비행 내내 먹고 자고 푹 쉬세요. 그 시간 동안은 걱정도 소용없고 어떤 준비도 필요 없어요. 제발 쉬세요.
비행기가 착륙 준비를 알리면 그때는 다시 ON 해야겠지요. 여권과 구비서류 그리고 준비해 온 유심카드가 바로 꺼낼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리는 그 순간. 그 순간의 기억은 참 오래 남습니다. 그러니 그 순간에 자신의 편견이 작동하지 않도록 조금은 조심해야 합니다. 어떤 공항은 비행기 기체에서 바로 활주로로 내리기도 하고 어떤 공항은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입국 심사대가 있기도 하겠지요. 첫 느낌에 자신의 판단을 가미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내리는 순간 정말 추운 국가도 있고, 습도와 열기가 훅 들어오는 곳도 있습니다. 특유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경우도 있고요. 이 순간 그냥 인정하는 어법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냄새가 좀 나는구나. 덥구나. 춥구나 그냥 그 순간을 정의만 하는 거죠. 그 첫인상에 나의 성향을 투영해서 아 나는 추위를 못 견디는데, 이 더위에서 어떻게 일을 하지, 냄새나는 이 사람들과 어떻게 살지. 아… 나는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 등등의 문장은 앞으로의 나의 일상을 지배하게 됩니다. 너무 비약하는 거 아니냐고요. 아닌 것 같아요. 누구도 나의 입사를 강요하지 않았어요. 내가 선택한 회사고 내 발로 비행기를 탔고요 앞으로의 일상도 나의 선택이에요. 그러니 내 마음가짐에 대한 선택도 나의 것이지요. 첫 마음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어요.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리면 먼저 공항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유심을 Activate 시킨 후 공항에 마중 나오기로 한 분이 있으시면 비행기에서 내렸음을 알리세요. 아무도 마중을 나오지 않았다면 입사부서 선임과 인사/총무 부서에 도착을 알리시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무정한 사람들이라도 잘 도착했나 걱정은 합니다. 입국심사와 짐을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 이 또한 알려주는 게 좋습니다. 각 나라마다 평균 소요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사전에 담당자를 통해서 일반적인 소요시간을 확인하시고 이 시간을 넘어선다는 판단이 들면 중간에 알리는 것이 좋겠지요. 그렇게 해서 출국장을 빠져나오면 대부분은 누군가가 마중을 나옵니다. 그 정도의 배려는 하지요. 그러면 피곤에 찌들었더라도 반갑게 인사하세요. 그리고 그간의 어려움을 호소하지 마시고 앞으로의 기대감을 가볍게 비치세요. 자연스러운 설렘 정도로.
오래전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수 김태원이 한 말이 있잖아요. ‘긴장하는 사람은 지고, 설레는 사람은 이긴다’. 긴장감 또한 드러낼 필요는 없어요. 아주 오래전에 첫 우주인이 된 유리 가가린이 첫 우주 비행사로 선정된 이유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었다고 해요. 157Cm 단신이라는 이유와 함께 여러 조건들이 유리가가린을 인류 첫 우주비행사로 만들었지만 마지막 선정전 훈련사와의 면담에서 다른 후보생들은 남은 가족들에 대한 걱정과 과거의 추억들에 대한 회상에 젖어 있을 때 가가린은 설레는 마음과 우주비행에 대한 기대감을 이야기하느라 바빴다고 하네요. 구 소련이 가가린을 미화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해요. 기대감을 가진 신입사원과 어려움을 토로하는 신입사원 그 둘 중 누구에게 더 호감을 가지겠어요. 지나치게 긴장하는 사람은 너무 어리숙한 사람을 뽑은 건가, 그동안 어려웠던 마음을 호소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혹시 이 친구 불만 메이커는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들어요. 그러니 첫인상은 첫마디에서 비롯되니 유의하는 것이 좋아요. 첫 몇 달은 시험대 위에 올라있으니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그렇게 임시 숙소에 도착하면 숙소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하늘을 찌를 수도 있고 너무 열악해서 실망할 수도 있어요. 여기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금물. 어차피 임시숙소입니다. 나의 거주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으니 가벼운 미소와 함께 무덤덤하게 지나가세요. 그리고 확인하세요. 임시 숙소가 호텔이면 별 문제가 없지만 에어비앤비인 경우는 생수가 있는지 하루이틀 치 요기거리는 있는지. 가장 중요한 건 생수예요. 물 없이 살 수 없잖아요.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회사는 부모의 역할을 하지 않아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섬세하지 않고 타인의 안위에 무관심해요. 그러니 스스로를 챙겨야 해요. 혹시라도 회사에서 생수 한 팩이라도 들여놔 줬다면 정말 감사하세요. 이 회사에는 천사가 있구나 생각하면서.
첫날은 아주 늦은 밤 도착하지 않은 한 보통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겠지요. 아무리 피곤해도 제안받은 저녁식사에는 참석하세요. 첫 상견례가 될 거니까요. 깔끔하면서 케쥬얼 하게 입고 나가시고 식사시간에는 되도록이면 본인의 취향은 드러내지 않는 게 좋아요. 하지만 채식주의자라면 식사 초대 시 먼저 말씀드리세요. 채식주의자를 반기는 분위기는 없지만 다양성은 인정되어야 하니까요. 첫 식사 때 커밍아웃 하지 않으면 채식주의자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워요. 중간에 알리면 왜 처음부터 알리지 않은 거야 하고 비난하고 처음에 알리면 까다로운 사람 하나 들어왔네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인정하게 됩니다.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세상 살기가 좀 어려워요. 특히나 한국기업에서는 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지요. 그럼에도 자신의 가치관이나 주관을 지킬 수 있어야 장기적으로 상처 없이 일상을 영위할 수 있어요. 첫 식사에서 무리하게 술을 마시면 곤란해요. 잘 마시면 앞으로 술자리에 끌려다닐 수 있고, 또 첫날 술 때문에 실수라도 하게 되면 그건 영원히 박제되어 버리니까요.
비행기 타기 전에 비용이 발생했다면 영수증 잘 챙기시고, 출발에서부터 도착까지 적절하게 담당자와 소통하시고, 첫 식사자리에서 술 많이 마시지 마시고요.
다음에는 정착하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