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어질 어질

by lexicolo

첫 출근,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순간이지요. 대부분 첫날은 사수가 픽업을 해 주겠지요. 사무실까지 가는 길은 낯설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을 거예요. 방향감각도 없을 것이고요. 너무 많은 정보를 눈에 담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첫 출근일에는 마음도 머리도 비우고 담담하게 출근하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그날 하루에 들어오는 정보가 너무 많거든요. 숙소에서부터 사무실까지의 그 길, 사무실 건물에 도착해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과정, 주차하고 사무실로 올라가는 그 걸음걸음이 어색하고 긴장될 거예요. 그냥 따라가는 수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사무실에 도착하면 사수가 자리로 안내해 줄 거예요. 팀장님에게 인사를 시켜 줄 것이고, 팀장님은 바로 조직장께 인사를 해야 한다며 바쁜 걸음으로 앞서 가겠지요. 여유가 있는 조직장이시라면 커피 한 잔이라도 내어주며 이것저것 물어봐 주실 것이고 바쁘시다면 그저 인사만 받고 끝날 수도 있겠지요. 조직장 인사가 끝나고 나면 사수가 인사부서에 데려다줄 거예요. 채용 담당자를 만나면 입사 관련 안내를 해 주고 사무실을 한 바퀴 돌면서 전 직원들과 인사를 할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이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을 거예요.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누가 누구인지 얼굴도 눈에 안 들어오고 이름도 제대로 입력이 되지 않을 거예요. 괜찮습니다. 누구나 느끼는 당황스러움이라는 감정이니까요. 따라다니면서 그저 반갑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면 되어요.


인사가 끝났습니다. 아제 인사부서에서는 등록된 이메일과 사번을 알려줄 거예요. 그리고 웰컴 키트를 주겠지요. 웰컴키트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간단한 사무용품과 업무수첩, 텀블러 정도. 그리고 세팅된 노트북을 전해줍니다. 새 노트북이 지급되기도 하지만, 남아있는 가용 노트북으로 지급하기도 합니다. 새 노트북 주지 않았다고 불쾌해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업무용인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잖아요. 때 되면 새 노트북 주겠지, 중간에 성능 때문에 일하는데 지장이 있으면 교체 요청하지 뭐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스트레스받을 일은 없겠지요.


노트북을 수령하고 나면 사수가 교육 일정을 알려줄 거예요. 이제부터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동해야 합니다. 빠르게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업무와 관계된 사람들은 누구인지 파악해야 하지요. 제일 처음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은 회사가 무슨 일로 돈을 버는지와 그 안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입니다. 사실 입사하기 전에 대충은 알지요. 크게 회사는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벌거나 서비스를 팔아서 돈을 벌거나 물건과 서비스를 같이 팔아서 돈을 벌거나 하지요. 간단하게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버는 해외에 있는 한국 기업의 법인이라는 가정하에 설명해 볼게요.


먼저 회사는 해외 여러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지요. 그 물건들이 해상이나 항공 화물을 통해서 일하러 온 국가에 도착합니다. 도착하면 통관해서 수입이 되고요. 수입이 완료되면 창고의 야적장에 야적되거나 창고 안으로 입고가 됩니다. 거래선이 물건을 주문하면 그 거래선의 신용에 따라 외상으로 주문을 받거나 선불을 받고 주문을 받습니다. 주문이 완료되면 거래선이 직접 와서 픽업을 해 가거나 직접 배달해 주기도 합니다. 거래선은 도매상일수도 소매상일수도 있고 도소매를 겸할 수도 있어요. 또 오프라인 전문일 수도 온라인 전문일 수도 온-오프라인을 겸할 수도 있고요. 온-오프라인에 전시되어 있다가 판매되어 소비자 직접 픽업 혹은 배달을 통해 마지막 사용자의 손에 전달되는 과정, 그리고 사용되면서 발생하는 소비자의 불만을 처리하는 것까지가 회사 업무의 사이클이 됩니다.


이 과정을 사수의 설명을 듣고 나서 혼자 그림을 그려보고 매 단계를 한 줄씩 써 보세요. 처음에는 열 줄도 쓰기 어려울 거예요. 왜냐하면 쓰는 내가 아는 게 별로 없으니까요. 엑셀 파일을 하나 만들어서 첫 업무일에 시트를 하나 만들어서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업무 사이클을 리스트업 해보세요. 제조에서 판매, 사후 관리까지의 흐름에 따른 업무예요. 그리고 시간이 될 때마다 업데이트를 해 보세요. 지난 시트를 그대로 업데이트하지 마시고 시트를 복사해서 업데이트하면 좋아요. 그렇게 파일을 퇴사하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시트를 복사해 가면서 업데이트를 하면 퇴사를 하는 날에는 회사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게 되었는지 보일 거예요. 그리고 그 파일은 자신의 자산이 되는 것이죠.


이 파일은 회사가 운영되는 시스템을 문장으로 표현해 놓은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아요. 처음에는 이 파일의 내용이 내가 하는 업무로 채워질 거예요. 그러다가 업무가 익숙해지고 교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러 분야로 확장되겠지요. 그러니까 첫날 이 파일을 꼭 만들어 보세요.


첫날 사수에게 요청해서 받아보면 좋은 것이 조직도예요. 조직도는 회사가 하는 일을 한눈에 보여주는 아주 좋은 도구예요. 그러니 조직도를 꼭 확인해 보세요. 조직도는 간단하게 만들어 놓은 게 있고 직원 전체가 보이는 조직도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직원 전체가 보이는 조직도를 공유해 주는 곳은 별로 없어요. 간단하게 만들어진 조직도를 참조해서 어떤 부서가 있구나, 누구누구가 팀장이구나 정도 파악할 수 있어요. 일단은 그 정도면 충분해요.


그다음으로 해 봐야 할 것은 사무실 배치도를 그려보는 거예요. 시간을 내서 사무실을 돌아보면서 배치도를 그려보세요. 대놓고 사무실 배치도 그리고 다니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겠죠. 틈틈이 시간을 내서 조금씩 그려보세요. 대부분의 회사는 각자의 자리 파티션에 팀명과 이름을 적어놓은 명패가 있답니다. 그러니 어렵지 않게 누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왜 이걸 해야 하냐면 아무리 AI 시대가 도래했어도 사람이 하는 일이 아직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을 알아야 하거든요. 첫 달에 배치도를 제대로 만든다는 목표로 기한을 정해서 완성해 보세요.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출근은 조금 일찍 하세요. 시간에 딱 맞춰서 헐레벌떡하지 마시고요. 10분에서 15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사무실을 한 바퀴 돌면서 가볍게 인사를 하세요. 그 시간에 사무실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러니 그 시간에 인사를 하다 보면 일 잘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의미이고 그들과 친해질 기회를 얻게 될 거예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나서는 탕비실에 가서 커피도 한 잔 뽑아 마시고 업무 시작 시간 전에 자리에 앉아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좋은 습관에는 노력이 필요해요. 꼭 해 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첫 출근. 어렵지요. 그래도 한 달은 금방 지나간답니다. 그리고 통장에 월급이 찍히는 그 날 뿌듯할거에요.


다음에는 일잘러가 되는 것과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게요




keyword
이전 07화집도 구해야 하고 차도 사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