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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해서 그래/엣지 있게

누구의 시선도 없을 때, 엣지는 더 단단해진다.

by 이다연




사람들은 말한다.

부드럽게 살라고, 둥글게 굴라고,

상처받지 않게 하라고.


그런데 나는 생각한다.
살다 보면, 어느 정도의 ‘엣지’는 꼭 필요하다고.


엣지는 단순히 멋을 내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를 밀어내기 위한 벽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선(線) 같은 것이다.


다정하면서도 단단할 것.
부드럽지만, 스스로의 결을 절대 흐트러뜨리지 않을 것.
그게 내가 말하는 ‘엣지 있게’ 사는 방식이다.


라면 한 젓가락의 질서

나는 라면을 끓일 때도 엣지를 지키려 한다.
물의 양, 면의 질감, 계란이 흘러드는 타이밍까지 정확해야 한다.


국물이 적당히 졸아들었을 때 젓가락을 들고,

꼬들한 타이밍에 한 젓가락을 들어 올린다.


그 순간의 온도와 향, 그리고 나만의 리듬.
그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내 안의 질서다.


스테이크의 예의

스테이크를 썰 때도 마찬가지다.
포크를 세우고 칼을 고요히 댄다.
입에 넣기 전, 잠시 고기 표면의 광택을 본다.


그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멈춤의 예의’다.


삶의 속도 속에서도 멈춤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생활의 윤리

아름이와 산책을 나갈 때도
나는 품위를 잃지 않는다.


리드줄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아름이가 뒤처리를 마치면
슬며시 봉투를 꺼낸다.


누가 보지 않아도,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는 순간들이 모여
인생의 엣지를 만든다고 믿는다.


선택의 미학

쇼핑할 때도 나는 돌아다니지 않는다.
필요한 것을 이미 마음속에 정하고 가기 때문이다.


직진. 그리고 퇴장.


아무리 큰 백화점이라도 10분이면 충분하다.
쇼핑의 목적은 충동이 아니라 선택이다.
필요한 것을 알아보는 눈,
그것이 나를 낭비로부터 지켜주는 나만의 엣지다.


세련됨의 정의

미용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묻는 미용사에게 최대한 짧게 답한다.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내가 내 세계를 믿듯,
그의 세계를 존중하는 태도.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세련됨이다.


절제의 미학

엣지 있게 산다는 건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날카로움이 아니라,
나를 정돈된 마음으로 유지시키는 절제의 미학이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내 리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게 나다.


고독의 엣지

고독해서 그래.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엣지 있게 산다.


고독 속에서 사람은 자신을 가장 또렷하게 본다.

누구의 시선도 없을 때, 나는 나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너답게 서 있니?”


그 질문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있다면,
조용한 방 안에 혼자 있어도 엣지는 살아 있다.


나는 매일의 오늘을 그렇게 살고 싶다.

소란한 세상 속에서도 나의 리듬을 잃지 않고,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기보다 내 안의 진심을 좇으며.


어쩌면 고독은,

그 엣지를 다듬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고독해서 그래.
그래서 오늘도, 조금은 엣지 있게.



P.S.)

엣지는 날카로움이 아니라 ‘중심’이다.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고요한 결심,
그것이 나를 나답게 세운다.
고독은 그 결을 다듬는 시간이고,
엣지는 그 시간 속에서 빛난다.


감성 에세이, 일상, 고독
― EP.17《고독해서 그래》: 《엣지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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