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1592년) 2월 1일
새벽녘, 아직 어둠이 걷히기 전
나는 조용히 북녘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았다.
멀고 먼 한양, 임금께 올리는 망궐례.
이 멀리서는 그저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마음만은 늘 조정에 가 닿아 있다.
안개비가 잠시 흩뿌리더니
저녁 무렵엔 하늘이 맑은 얼굴을 내보였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드리운 먹구름은
아직 흩어질 줄 모르고 있었다.
배를 띄우고, 잔잔한 물길을 따라 나아갔다.
함선에 쓸 자재를 하나하나 점검하며
튼튼하고 곧은 널빤지를 골라냈다.
바다 위에 띄우는 전선이란 곧 이 나라의 방패.
전쟁은 오지 않았지만, 이미 내 마음속 전쟁은 시작되었다.
그때였다.
배가 머물던 바다 안쪽에 작은 물고기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병사들이 던진 그물 속으로
순식간에 전어 이천여 마리가 펄떡이며 잡혔다.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은 가히 장관이라 부를 만했다.
나는 그대로 전선 위에 앉아,
우후 이몽구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마음 한구석 묵직한 짐이
술잔 위로 잠시 가벼워졌다.
새봄이 오는 바다 위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오래도록 말이 없었다.
지금의 이 평온이, 잠시 머물다 떠날 손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망궐례란?
멀리 떨어져 있어 궁궐에 직접 나아가지 못할 때,
임금이 계신 궁궐을 향해 예를 올리는 의식입니다.
조선 시대 충신들은 먼 지방에서도 새벽에 북쪽 하늘을 향해
임금께 충성과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망궐례를 행하곤 했습니다.
※ 이 글은 『난중일기』 1592년 2월 1일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실제 사실에 기반하되, 당시의 정황과 감정을 보다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일부 문장은 상상과 창작이 더해졌습니다.
장군의 기록에 담긴 정신과 울림을 지금의 우리도 함께 느껴보기를 바라며,
그 뜻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풀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