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592년 1월 1일 양력 1592년 2월 3일
원문
初一日壬戌。晴。曉。舍弟汝弼及姪子菶,豚薈來話。但離天只。再過南中。不勝懷恨之至。○兵使軍官李敬信。來納兵使簡及歲物,長片箭雜物。
오늘은 2025년 5월 13일.
나는 지금, 1592년 설날 아침의 이순신 장군이 되어
그날의 마음을 따라 하루를 써본다.
정월 초하루.
하늘은 말갛고, 새벽공기는 살 속을 파고들 듯 차가웠다.
하지만 이 가슴속은 더 싸늘했으니,
그건 어쩌면… 보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는 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이 찾아왔다.
아우 여필, 조카 봉, 그리고 내 맏아들 회.
셋은 설날 아침, 정성스레 인사를 전하며 내 곁을 찾았다.
잠시나마 피붙이들과 함께 나눈 말과 웃음.
그 속에 나는 아주 잠깐, 장군의 옷을 벗고 아비의 얼굴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따뜻함도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이들은 다시 남쪽으로 향해야 했다.
나는 말없이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멀어져 가는 세 사람, 그 걸음 하나하나가 내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다만 하늘만이 우리를 갈라놓았을 뿐이다(但離天只).”
나는 그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는 조용히 '어머니'라 불렀다.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했던 순간도,
피붙이들의 발걸음도,
하늘은 그 모든 것을 나에게서 천천히 떼어놓고 있었다.
이제 두 번째 설이다.
비록 전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나라 안팎에는 이미 알 수 없는 긴장과 어둠이 깔려 있었다.
나는 그 속에서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윽고 병사 군관 이경신이 도착했다.
병사로부터 온 설 인사와 함께,
정성스레 준비된 세배 물품과 긴 편전,
그리고 군용 자재들이 내 앞에 놓였다.
나는 조용히 일어났다.
마음속 따뜻함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무거운 책임의 자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움도, 설렘도, 모두 잠시 내려놓아야 할 때였다.
하지만 , 병사들의 정성은 내게 깊은 위로가 되었다.
장군의 자리는, 평화 속에서도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곳이지만—
이 나라를 지키는 이들이 나와 함께 있다는 사실은, 내 발걸음을 다시 붙잡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