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시간 째

2025년 5월 15일 목요일

by 곽예지나

am 5:39


40시간 단식 목표, 지금은 35시간째이다. 화요일 저녁에 밥을 먹고 난 이후로 쭉 공복 상태인 것이다. 처음 계획은 48시간이었는데, 저번달에 36시간을 해본 뒤로 한 번에 12시간을 늘리는 건 좀 리스크가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야금야금 4시간만 늘려본다. 그리고 목표까지 너무 일찍 도착하면 도전하는 재미가 없으니까.

나의 최종 목표는 72시간까지 해보는 것이다.


단식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제일 많이 묻는 말은,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것도 안 먹는데 배가 안 고파?”이다. 그런데 단식한다고 해서 특별히 배가 더 고프지는 않다. 정확히는, 배가 고프긴 한데 그 배고픔은 점심 먹고 나서 저녁 먹기 전에 배고픈 것과 거의 유사한 일상적인 배고픔이다. 36시간 단식을 했다고 해서 눈앞에 음식이 둥둥 떠다니거나,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계속 울리는 것은 아니다. 근데 아마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해 봤을걸? 밥때를 놓쳐서 엄청나게 배고프다가, 그 시간이 지나가면 거짓말처럼 배고픔이 잠잠해지는 순간이 오는 거. 그러니까 그 파도만 한번 넘기면 된다.


36시간 동안 제일 배가 고팠던 건 16시간째 한 번뿐이었다. 간헐적 단식을 할 때 보통 16대 8로 많이 접근하는데, 이 16시간이 딱 지방 대사로 전환되기 시작되는 시점이다. 운동 시간이 아침이라 반드시 아침 식사를 해야 하는 나는 평소에 공복 시간이 보통 12시간 정도이다. 그래서 그 16시간이 제일 고비였고 나머지 시간은 버틸만했다.


단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금을 꼭 먹어줘야 한다는 것. 그냥 맹물만 먹고는 절대 버틸 수 없다. 나는 죽염 알갱이를 들고 다니면서 물을 마실 때마다 2~3개씩 같이 먹었다. 식사 시간쯤에는 5~6개 정도로 더 짭짤하게. 음식은 안 먹어도 괜찮지만, 체내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면 안 된다. 그거 하나만 지켜주면 아마 더 오랜 시간 단식도 가능할 것 같다.


의외로 고전한 부분은 급식 시간인데, 급식을 먹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학생들이 밥을 먹는 동안 따로 할 일이 없어서이다. 나도 고역이지만, 아이들도 선생님이 자기가 밥 먹는 것을 계속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급식 시간에 임장 지도와 급식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만 급식실에 보낼 수는 없다. 40시간으로 적당히 타협을 본 것도 사실 이것 때문이다. 어제 하루는 그럭저럭 지나갔지만 이틀 동안이나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고 싶지는 않다.


그동안 단식 중에 체온이 떨어지며 몸이 으슬으슬하고 전반적으로 기력이 없는 게 좀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평상시와 다르게 미세한 두통이 계속 있었다. 평소 식습관이 안 좋을수록 단식 중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한다. 단식 전에 내가 먹은 음식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엽기떡볶이, 로제 찜닭, 에그타르트, 탄산음료, 요아정 등등. 다 먹은 순간에만 자극적이고 짜릿했던 것들. 내 몸에서 차곡차곡 지방으로 저장되려고 막 준비 중이었을 텐데.


보통 단식을 하고 나면 1.5~2kg 정도가 줄어드는데, 이건 밥 먹으면 다시 돌아오는 거라서 큰 의미가 없는 거라고 보면 된다. 몸은 항상성 시스템이 가동 중이라 특정한 때에 안 먹는다고 해서 그걸로 체중을 줄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단식으로 살을 빼는 것은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면 불가능하고, 주기적으로 단식하는 것은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비추. 아무튼 중간 말이 길었다. 이번에도 역시 1.7kg 정도가 빠졌는데, 이렇게 빠진 게 평소라면 단식을 시작할 때의 몸무게다. 지난달의 나는 도대체 뭘 얼마나 먹어왔던 거니???


단식을 하더라도 급식실은 가야 하고 가족들 식사도 차려줘야 하니 음식에서 완전히 멀어질 수 없다. 그냥 ‘원래 안 먹는거다~’ 하고 생각하면 오히려 아무런 번뇌도 없는 것은 단식할 때마다 느끼는 신기한 점. 나는 눈앞에 두고 안 먹는 것이, 한 입만 먹고 그만 먹는 것보다 훨씬 쉽더라. 일단 입안에 음식이 들어가는 순간 자제력의 기둥이 와지끈 무너진다.

그러면 나 같은 종류의 사람은 삶의 유혹 거리를 적당히 즐기는 것보다, ‘저건 내가 가질 것이 아니야.’라고 한 번에 딱 끊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지. 조금이면 괜찮아, 하고 살짝씩 건드려보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거기에 왕창 물들어 빠져버리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35시간 26분째를 지나가고 있다.


am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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