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7 – 두 개의 조용함
나는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이 됐다.
아버지는 수술을 마치고도 기운이 없으셨다.
살짝 미소를 지으시곤 했지만, 그 미소가 자꾸 작아졌다.
엄마, 누나, 그리고 나.
어쩌면 우린,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누구보다 힘들고, 슬프고, 울고 싶은 사람은 아버지였을 것이다.
그땐 몰랐지만..
정작 가장 아팠던 사람이 아버지였다는 걸.
그런 생각조차, 너무 늦게 찾아왔다.
언젠가 병원 복도 한가운데에서,
나는 혼자 앉아 있다가 무심코 핸드폰을 꺼냈다.
듣고 싶은 목소리…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전화는 너를 기다리는 용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날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보고 싶다.’
그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을 버티고 있는 중이었고,
어쩌면 너에게 그런 나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가끔 이메일을 확인한다.
너는 그렇게 나의 안부를 물어봤고,
나도 거기를 통해서 안부를 들었다.
나는 그 시절 너를 너무 보고 싶었지만,
너무 멀게 느껴졌다.
우리 집은 조용했고,
너 없는 밤도 조용했다.
나는 두 개의 조용함을 동시에 견디고 있었던 거다.
가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면
너도 지금 그 노을을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그 무력함이
가장 오래도록 나를 무너뜨렸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