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약속

by 도리

"요즘 일은 할만하니? 주말에 한번 내려와

아빠랑 낚시 한번 가자."


책상 위에 두고 잠시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에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을 누가 또 뭐라 할까 싶어

정신없이 받았는데 장인어른. 그러니까 너희들

외할아버지였던 거지.


외할아버지 하면 어떤 모습이 생각나니?

너무 어렸을 때라 지금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외할아버지의 원래 모습이 기억이라도 나려나 모르겠다.


아니, 기억을 못 하는 게 당연할지도 몰라.

외할아버지는 아빠와 너무 잘 맞았어.

마치 진짜 아빠와 아들처럼...


"도리야~ 이거 봐라. 이게 국내 몇 개 안 되는 거 진짜 어렵게

구한 건데 음질이 그냥. 나 이거 듣다가 다른 스피커로

음악 못 듣겠다니까?"


음악을 좋아하던 아빠에게 한정판 스피커를 자랑하시던

외할아버지.


"집에 오면서 꼭 뭘 사 와야 되나? 그냥 집에 오는 것처럼

편하게 오면 돼. 부담 가지면서 오면 우리도 부담된다."


없는 돈 쪼개 귤 한 봉지 사다 드리며 죄송해서 어쩔 줄 몰라하던

아빠를 위로해 주시는가 하면.


"니들 나만 빼고 2차 갔다며? 그러는 거 아니야.

다음부터 나도 껴줘"


처가식구들과 일차로 끝난 술자리. 아쉬운 마음에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잠들길 기다렸다가 이모, 엄마, 이모부와

함께 밖으로 나가 술을 더 마시고 들어온 다음날.


어떻게 아셨는지 어린아이처럼 입을 쭉 뺀 상태로

삐져있으시던 외할아버지였지.


자녀라고는 두 딸 밖에 없어서. 항상 아들이 그렇게 갖고

싶으셨데. 그래서 그 사랑을 첫 사위인 아빠에게

그렇게 넘치도록 주셨던 것 같아.


장인어른, 사위 이런 단어를 외할아버지는 잘 쓰지 않으셨어.

본인을 지칭할 때는 아빠, 나를 부를 때는 아들.

그렇게 아빠는 외할아버지의 아들이 되었지.


"아.. 가고는 싶은데.."

"아빠가 이번에 조용한데 봐 논데가 있거든? 아빠가 딱 보니까

이건 뭐 낚싯대 던지기만 하면 수십 마리 물고 올라오겠는 거야."


상상 속에선 이미 낚싯대를 던지고 계신 건지. 왜 그런 목소리

있잖아. 설레어서 살짝 떨리는듯한데 웃음 가득한 신난 목소리.

하지만 그때도 아빠는 기름값과 통행료 때문에

쉽게 가겠다고 약속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


"사실.."

"응? 일이 그렇게 많니? 주말에도 출근해?

무슨 회사가 주말에도 일을 시키나 그래?"


'기름값이 너무 비싸서 가기 부담돼요.'


라는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내뱉을 수 없었어.

핑계로 들릴까 봐? 뭐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깟 기름값 얼마라고, 이런 놈한테 내 딸을 맡겼네.

하면서 후회할 것 같은 외할아버지가 무섭고,

돈은 대체 어디다 쓰냐며 혹여라도 꼬치꼬치 캐물었을 때

솔직히 얘기할 자신이 없었던 거지.


그때 차라리 모두에게 터놓고 함께 방법을 찾았으면

조금은 나아졌을까..?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 꼭 그랬을 거라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적어도 그들은 외면하진 않았을 것 같긴 해.

물론 욕은 엄청 먹었겠지만 말이지.


"..."


잠시 머뭇거리던 아빠를 아무 말 없이 기다리던 외할아버지는

아빠의 침묵 속에서 뭔가 느끼셨던 걸까?


"와! 와서 낚시도 하고 삼촌네 옆에서 기름도 만땅 넣고 가.

애 은진이네도 온대더라 그 남자친구랑. 아빠가 오라면 와야지

바쁜 게 어딨어~"

"네..."


"그래~ 버너도 챙겨가야 하나? 고기도 먹어야지?

그럼 주말에 보자~ "


이렇게 까지 말씀하시는데 못 간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있긴 있을까? 전화를 끊자마자 내 의지완

상관없이 긴 한숨이 내뱉어지더라.


정신없는 한 주가 흐르고 금요일 저녁.

일 끝나고 바로 출발해 봐야 어차피 다들 잘 시간에 도착할

거리이기에 차라리 다음날 아침에 출발하기로 했어.


짐도 챙겨야 하고, 일끝난 직후라 피곤하기도 해서 말이지.

짐이래 봐야 칫솔 옷 한두 벌 정도밖에 없지만 말야.

그때 외할아버지께 또 전화가 왔어.


"오고 있니?"

"아.. 저 내일 아침에 출발하려고요.."


"왜 바로 오지 않고? 야근하니?"

"아 야근은 안 하는데 도착하면 다들 주무실 텐데

깨우기도 그렇고.."


"다들 여기 있는데 와서 아기도 보고 편하게 자지.

그래 운전 조심해서 천천히와. 아빠도 내일 배송이 있어서

오후에나 출발할 것 같어"


"네 그럴게요."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내일 보자. 그나저나 요즘 왜 이렇게

팔이 당기지? 마치 누가 당기는 것처럼. 아까 화분에

물 주는데 미진이가 잡아당기는 줄 알고 돌아봤더니

아무도 없지 뭐냐? 귀신인 줄 알았네. 허허"


당시 외할아버지는 수십 년간 해오시던 택시 일을 그만두시고

도매상에서 물건을 실어다 소매상에 납품하는 일을 하고 계셨어.

무거운 걸 날라야 하는 일이기에 일은 고되지만 돈은

안정적으로 그리고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걸

들었던 것 같아.


'힘드시겠네. 나 보고는 주말에도 일 시키냐고

뭐라고 하시더니만..'


얼마 되지 않은 짐이라 몇 분도 안돼서 다 챙기고

티비앞에 앉았지. 시계를 보니 8시.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저녁시간. 몸은 피곤에 절어 축 쳐져 있음에도

잠이 오지 않았어.


'그냥 지금 갈까?'


외할아버지 말마따라 어차피 다 잘 텐데 그냥 지금 가서

몰래 들어가 잘까 싶었지만 아직은 외할머니가 어렵고

무서웠던 시기라 이내 고개를 저었지.


'술이나 마시자.'


언제부터인가 냉장고 안을 채우고 있는 술병들

알콜중독이라도 된 것 마냥.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들기 힘들더라고.


물론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지만,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라

애꿎은 술만 찾게 되더라. 아니, 해결할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안주거리로 뭘 할까 싶어 찬장을 뒤져보니 도희가 사주고 간

참치캔이 뚜껑에 먼지가 살짝 앉은 채로 굴러다니고 있더라고

참치캔부터 따고 소주뚜껑을 여는데 외할아버지에게 또

전화가 왔어.


"밥은 먹었니?"

"아. 네! 지금 먹으려고.."


"혼자 있다고 밥 굶고 그러면 안 된다. 내일 몇 시에 출발하니?"

"글쎄요.. 일어나는 대로 갈까 싶은데..."


"아빠 일하고 오면 점심시간 좀 지날 것 같은데

넉넉하게 한~ 세시까지 와. 너 오면 바로 출발하면 되겠다."

"네.."


"그래 거리가 머니까 운전 조심하고, 졸리면 참지 말고

쉬면서 와. 참참. 너 족대 낚시 해봤니?

족대도 챙길까? 일단 알았어 내일 보자~ "


여전히 신나 보이는 목소리의 외할아버지.

전화를 끊고 소주를 따라 한 번에 목으로 넘겼어.

알콜향과 씁쓸한 맛. 누군가 술을 왜 먹냐고 묻는다면


'글쎄? 인생이 술보다 더 써서 아닐까?'


라는 말은 솔직히 너무 오글거리고..


'취하려고.. 취해서 눈앞이 흐려지고 머리가 멍해지면

아무것도, 아무 일도 없다고 착각하게 되거든...'


이 정도로 말해줄 순 있을 것 같아.

그렇다고 너무 술에 의존하진 말고. 항상 적당히 알지?


다음날 아침.


언제 잠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마셨던 걸까?

바닥에 뒹굴고 있는 소주병, 밤새 거실을 비추고 있던

티비, 그리고 이불에 엎어져있는 참치캔.


'하아.. 이건 또 언제 빤데..'


시계를 보니 7시가 조금 지난 시간.

많이 마신 것 치고는 일찍 일어난 아빠였지만. 입에서

술냄새가 나는 듯한 게 술은 완전히 깨지 않은 것 같았어.

정신이야.. 멀쩡한 것 같았지만 말야.


'지금 갈까?'


하지만 목 깊숙이에서부터 올라오는 술냄새에

괜히 가다가 음주단속에라도 걸리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어찌 내나 싶어. 이내 고개를 젓고는 참치를 쏟은 이불만

정리하고는 다시 바닥에 누웠어.


역시 술이 덜 깼던 건지 금방 다시 잠이 들더라.

얼마나 잤을까? 전화벨소리에 눈을 떴는데

받으려고 하자마자 끊어졌어.

외할아버지 전화였지. 시계를 보니 10시.


'출발하면서 전화드려야지..'


몸을 일으키는데 아침까지 괜찮았던 속이 갑자기

울렁거리는 게 숙취가 올라오는 거야.


'라면 하나만 먹고 가자'


3시까지 오라고 했으니까.. 조금 막힌다 해도 4시간이면

충분하겠지. 라는 생각에 가스레인지에 물을 올리고

있었어.


고춧가루도 넣고, 김치도 넣고, 이 라면에 내 해장을

맡기단 생각으로 영혼까지 넣을 기세로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오는 거야.


'뭐야.. 신성한 해장 타임에..'


마찬가지로 나가면서 전화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무시하고 다 끓은 라면을 상위에다 올리고는

먹으려고 하는데 또 엄마에게 전화가 오더라고.


"어~ 나 라면만 먹고 출발할.."

"도.. 도리 아저씨.. 어떡해.. "


울고 있었어. 떨리는 목소리.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엄마가 많이 놀라 있구나. 한 손으로 전화를 받으며

다른 한 손으로 라면을 집어 올리던 그 상태로 정지가 돼버렸지.


"왜? 뭐? 무슨 일인데?"

"아빠... 아빠가..."


아빠가 라는 짧은 단어에 순간 별의별 생각을 다했던 것 같아.

아니겠지. 너무 드라마 같잖아?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나?

무슨 일인지 아직 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그게 좋은 일이

아닐 거라는 거, 감당하기에 힘든 일일 거라는 거

본능적으로 이미 알아챘던 것 같아.


"아버지가 왜?"

"아빠 지금 엠블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어"


"뭐? 사고 나셨어?"

"아니.. 몰라.. 운전하는데 팔이 잘 안 움직인다고

오빠한테 차 좀 갖고 가라고 전화해서 오빠가 갔는데..."


"형님이 가셨어? 근데 사고도 아닌데 왜 구급차를.."

"몰라 갑자기 쓰러지셨데..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니겠지?"


"무슨 일! 쓸데없는 상상하지 마!"


배송을 하시던 중에 팔이 말을 듣지 않아 갓길에 차를 대시고는

이모부에게 전화를 한 거야. 지금 운전을 못할 것 같으니

차 좀 가져가라고. 집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이모부가 도착했을 땐 이미 외할아버지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던

거지.


"지금 갈게. 별일 없을 거야. 낚시 가는 날이잖아.

고기도 잡고 고기도 구워 먹어야지. 버너도 준비한다고

하셨다 말이야."


처가로 향하는 고속도로. 그날따라 차는 왜 그렇게 많은지

시계는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어.


/넉넉하게 한~ 세시까지 와.

너 오면 바로 출발하면 되겠다./


뿌연 담배연기. 쌓여가는 담배꽁초.

그리고...


'어제 그냥 출발할걸..'

'아까 일어났을 때 다시자지 말걸..'

'아까 전화왔을 때 받을 걸..'


어제오늘 내가 했던 행동들에 대한 후회로

좁은 차 안을 가득 채웠어.


처가에 도착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주저앉아 울고 있는 엄마, 침울한 표정으로 너를 안고 있는

이모부,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물고 웃는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모.

그 모습들이 지금 상황이 어떤지 내게 말해주고 있었어.


"왔어? 차 많이 막히지?"


평소처럼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이모.

다른 게 있다면 그날 이모의 목소리는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지.


"어.. 어머니는..?"


외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아빠는 엄마에게

고개를 돌려 묻고 있었어.


"엄마.. 아빠한테.."

"우리도 가야 하는 거 아냐?"


아빠의 질문에 대답 못하는 엄마. 이모가 대신

대답을 했어.


"어차피 지금 가봐야 못 들어간데.

괜찮아. 괜찮을 거야. 아무 일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자."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울먹이는 소리와

한숨소리 만이 그 넓은 공간을 채울 때. 갑자기 이모의

전화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어.


"어! 어?... 알았어 지금 갈게"


더 이상 참는 게 버거웠던 걸까?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얼굴 위로 눈물이 주르륵 흐르던

이모.


"정우야. 병원으로 가자.

니들 놀라지 말고 잘 들어. 아빠 지금 수술 들어간대."

"네? 어디가..."


"아빠.. 뇌졸중이래.."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니야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조차, 뭐가 궁금한지,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조차 모르는, 내 뇌가 인지조차 거부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


"저.. 저희도 같이 가요."


같이 가자며 차키를 챙기는 아빠모습을 보던 이모는

다시 또 애써 웃으며 말을 이었어.


"니들은 아기 봐야지. 아기 데리고 그런데 가는 거 아냐.

우리가 갈게 집에 있어. 도리 밥도 안 먹었겠네

미진이 도리 밥도 좀 챙겨주고."


그 말만을 남기고 집을 나선 이모와 이모부.

굳게 닫힌 현관문만 한동안 하염없이 바라보고는

엄마옆에 앉았어.


"밥.. 안 먹었지..?"

"하아.. 괜찮아? 밥은 무슨 밥이야."


"아니. 안 괜찮아. 나 무서워. 아빠 잘못되면 어떡해?"

"괜찮을 거야. 아버님 강한 분이잖아."


모두가 떠나자 그때서야 목놓아 우는 엄마를 끌어안은 채로

토닥이며 위로를 해주고는 물이라도 먹여겟다 싶어

주방으로 향하는데 한쪽에 쌓아놓은 짐들이 보이더라.


낚시가방, 휴대용 의자, 버너, 돗자리...


시계를 보니 4시를 지나고 있었어.


'세시에 출발한다고 하셨으면서...'


시간이 흘러 3년쯤 지났을 땐가?

명절이라 요양원에 계시는 외할아버지를 처갓집에 잠시

모시고 오라는 가족들의 부탁을 받고 외할아버지와 단둘이

차를 타고 간 적이 있었어.


요양원이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웠거든. 처갓집으로

가는 길에 있기도 하고말야.


편찮으신 이후로 자주 뵙지도 못하고. 또 나를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 같아. 점점 서먹해지던 때였지.


차에 태워드리고 운전을 하면서 외할아버지는 집에 가는 게

신이 나셨던지. 평소 침대에 누워서 말이 없으시던 것과는

다르게 계속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고 계셨어.


"미진이 어렸을 때.."

"내가 택시 할 때.."

"너네 결혼할 때.."


'어? 나 기억하시는 건가?'


당연히 기억을 못 할 거라고 생각했었어.

인사를 해도 잘 받아주시지 않고 쳐다보려고도 하시지

않았었거든. 물론 말도 안 거시고 말야.


아직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어. 그런데 혹시 말야.

아들에게 약한 모습 보이기 싫은 아빠의 자존심이었다면.

항상 좋은 모습, 멋있는 모습, 친구같이 스피커 자랑하고

장난치던 모습으로 남고 싶은 아빠의 소망이었다면

나는 그동안 정말 못할 짓을, 하면 안 되는 생각을

한 게 아닐까?


한참 과거를 회상하시며 말을 잇던 외할아버지.

운전도 운전이지만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몰라.

'네'와 '아~'만 반복하고 있는 아빠를 응시하시던

외할아버지는 짧고 굵은 목소리로 아빠를 불렀어.


"도리야..."

"네.. 네?"


그때서야 바라본 외할아버지의 얼굴.

뇌졸중 때문에 조금 일그러지고 화난 표정의 모습이었지만

서운한 표정의 모습만은 감추지 못하셨던 것 같아.


"아빠가 많이 어렵니...?"

"아니요.."


"그래.."


다시 어색해지는 순간. 뭐라도 말을 이어야 할 것 같았어.


"빨리 나으셔야죠! 낚시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빨리 나으셔서 낚시 가르쳐주세요."


하지 말걸. 그 한마디에 감정을 숨기기 조차 어려워진

외할아버지는 결국 눈물마저 숨기지 못하셨어.


외할아버지 하면 어떤 모습이 생각나니?

병원 침대에 누워 무서운 얼굴로 쳐다보며

어눌한 말투에 혼자서 거동조차 힘든

편찮으신 모습만 기억하고 있니?


아빠가 생각하는 외할아버지는 말야.

그 좁은 병실에 누워서도 가족들을 추억하고, 그리고,

기억하고, 걱정하는 진짜 아빠였단다.


그날 가기로 했던 낚시는 결국. 지금까지도

아니 아직도 약속으로 남아있지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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