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말하지 않아도 기억을 남긴다
《상처 난 마음을 꿰매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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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 열 손가락에 담긴 열 개의 상처
상처마다 울음이 다르고, 피마다 기억이 있었다.
실을 든 아이는 조용히 실을 꿰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세상의 아픔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바늘을 한 땀 한 땀 밀어 넣었다.
그의 첫손가락에서 떨어진 피는 붉은 사랑이었다.
두 번째 손가락은 자줏빛 그리움,
세 번째는 노란 후회,
네 번째는 투명한 외로움,
다섯 번째에서는 먹구름처럼 짙은 죄책감이 흘렀다.
열 손가락이 모두 피를 흘릴 무렵,
그 실은 무지개처럼 물들어 있었다.
실을 든 아이는 그 실로,
말을 잃은 아이와 어른의 마음을 꿰맸고,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던 식탁 위의 부부 사이를 잇고,
울음을 삼킨 아이의 가슴속에
조용히 실을 꿰어 넣었다.
피는 붉지 않았다.
사랑이 스며든 피는 따뜻했고,
분노가 흐른 피는 끈적했고,
용서하지 못한 기억이 담긴 피는
차가운 바늘 끝에서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실은 끊어지지 않았다.
실을 든 아이는 한 아이의 눈물을 받아
가장 가느다란 실을 꿰었다.
그 실은 말 대신 울었던 날들의 기억이었고,
잊힌 마음의 틈을 다시 엮는 고요한 소리였다.
“이 실로 꿰매면,
아프지 않아도 돼.”
그는 속삭였다.
사람들은 놀랐다.
굳어 있던 관계들이
서서히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이다.
한 아이가 말했다.
“그 실, 나도 갖고 싶어…”
그날 밤,
열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열 가지 피의 색은
하늘 위에 별무늬로 새겨졌다.
별은 흔들렸고,
빛은 울먹였다.
아마,
피가 울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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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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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난 마음을 꿰매는 아이》는
상처 입은 존재들의 고요한 연결을 다룹니다.
세상의 틈을 꿰매려는 아이의 여정은,
우리 안의 침묵과 치유를 마주하게 합니다.
이 시리즈는 삶의 균열을 꿰매는 감정 치유형 동화 에세이입니다.
브런치 감동 시리즈 보기: https://brunch.co.kr/@5afb6438f757404
-글·그림 ©divinehea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