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했다.
사랑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끝났다고 말하고, 다 잊었다고 다짐해도, 결국 혼자 있는 밤이면 다시 그 얼굴이 떠올랐다.
괜찮다고 말하던 입술은, 밤이 되면 떨렸고, 아무렇지 않게 웃던 얼굴은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삼키느라 일그러졌다.
미워했다.
너무 아파서. 내가 받은 상처보다 더 아프게 만든 건, 그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선 뒷모습이었다.
그 걸음엔 망설임도, 미련도 없었기에, 마치 날카로운 조각이 가슴에 박히듯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어쩌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만 혼자 사랑했던 건 아닐까, 그런 의심들이 내 안에서 쌓이고 썩어갔다.
지나간 대화 하나하나, 그녀의 표정과 말투 속에 어떤 진심이 있었는지 되짚으며 자꾸 내 탓으로 돌렸다.
내가 더 잘했더라면, 한마디라도 더 따뜻하게 건넸더라면 달라졌을까.
밉고, 그래도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이 마음을 어떻게든 붙잡을 방법이 없었으니까.
미움이라도 해야 그 사람이 내 안에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랑이 다 식은 사람은 쉽게 돌아서지만, 남겨진 사람은 그렇게라도 사랑을 계속하게 된다.
미워하면서도, 여전히 사랑이라 부르는 마음. 그게 지금의 나였다.
머릿속에서는 수천 번 밀어내도, 마음 한 켠에서는 여전히 그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조용히 꿈틀댔다.
모순이었고, 그 모순 속에서 나는 계속 살아가고 있었다.
“행복하라”는 말도, “잘 지내라”는 말도, 나는 차마 못했다.
그런 말들은 이제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 같아서, 입에 올리는 것조차 힘들었다.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랑한다.
아직도, 그 사람이 웃을 수 있는 이유가 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
누구보다 그 사람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과, 그 안녕 속에 내가 없다는 현실이 엇갈리며 날 흔들었다.
문득문득 드는 생각. 그 사람도 나처럼 울었을까.
아니면 벌써 다른 사람에게 웃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묻는다.
죽어도 안 되는 거냐고.
정말 그렇게까지 멀어진 걸까.
다시 보고, 다시 사랑하는 일은 정말 허락되지 않는 일이냐고.
비참할 만큼 알아도, 또 안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는 걸,그게 사람 마음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안다.
사랑은 잊어야 하는 일이 아니라, 견뎌내야 하는 과정이라는 걸.
시간이 흘러도 쉽게 닳지 않고, 사람은 그렇게 누군가를 마음에 남긴 채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혼자 묵혀낸다.
미워도, 그 사람을.
사랑해도, 그 사람을.
붙잡지 못하면서도, 놓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견디고, 또 하루를 보내며, 마음속 어딘가에 여전히 그 사람의 자리를 남겨둔 채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