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도시 괴담 10화

전설 인왕산의 - 10 화

by 나리솔


서울의 한복판, 인왕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다.밤이 되면 귀신들이 떠돌고, 봉인이 풀리면 죽은 자들이 깨어난다고 전해지는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의 경계.


인왕산의 전설

서울의 인왕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다.
옛날부터 이곳은 영혼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라고 불렸다. 조선 시대 무당들은 조상 신을 달래고 사악한 귀신을 막기 위해 이 산을 찾았다.

거대한 손으로 깎아 놓은 듯한 바위와 기묘한 바위덩이들로 뒤덮인 산은,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가 맞닿는 경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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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유령들

밤이 되어 서울이 깊은 잠에 빠질 때, 인왕산의 숲길과 바위 사이에는 하얀 형체들이 떠돈다.
그들은 천천히 허공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때로는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낸다.

옛사람들은 말한다. 그것은 재앙을 막기 위해 제물로 바쳐졌던 여인들의 영혼이라고.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보름달이 뜬 밤 인왕산 정상에 오르면 여인의 속삭임이 들린다고 한다. 어떤 이는 그것을 기도라고 하고, 또 다른 이는 저주라고 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모두가 같다. 그 소리를 들은 자의 혈관 속 피가 얼어붙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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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바위의 전설

동쪽 비탈에는 특별히 섬뜩한 곳이 있다. 사람들은 그곳을 피바위라 부른다.

조선 시대, 죄인들이 이곳에서 처형되었고, 시체는 새와 짐승의 먹이가 되었다.
피가 바위에 스며들어 지금까지도 완전히 마르지 않는다. 가장 무더운 한낮에도 바위 틈새는 늘 젖어 있다. 그것이 물인지, 아니면 피인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밤에 이 바위를 만진 자는 곧 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를 듣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면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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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승려들

또 다른 전설이 있다.
옛날, 인왕산에서 주술을 행했다는 이유로 불에 태워진 승려들이 있었다. 그러나 불길 속에서도 그들의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산 속을 배회한다는 것이다.

검은 옷을 입은 그림자들이 나무 사이에 서 있는 것을 본 등산객들의 증언이 끊이지 않는다. 그들은 가만히 서 있다가, 다가가려 하면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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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의 봉인

가장 무서운 믿음은 인왕산에 봉인이 걸려 있다는 것이다.
그 봉인이 풀리면 서울에는 대재앙이 닥친다고 한다.
강물이 넘치고, 땅이 갈라지며, 죽은 자들이 무덤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그래서 지금도 무당들이 몰래 제사를 지낸다.
사람들은 말한다. 인왕산이야말로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의 균형을 지키는 곳이며, 그 정상에서 제물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한, 서울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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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밤, 내가 겪은 일

“나는 이런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자정이 지난 후 인왕산에 올라갔을 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고요했다. 그런데 갑자기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마치 산 자체가 숨을 쉬는 듯했다.

나는 전설 속 피바위 앞에 섰다. 손을 대자, 한낮의 더위에도 바위는 축축하고 차가웠다.
그 순간, 내 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느리고 무거운 발소리.
뒤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 나무 사이에서 검은 옷을 입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고, 마치 나를 기다리는 듯했다. 내가 눈을 깜빡이자 그림자는 사라졌다.

나는 미친 듯이 산을 뛰어 내려갔다.
뒤돌아보는 순간, 산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는 인왕산에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왜 사람들이 이곳을 ‘산 자와 죽은 자가 마주하는 곳’이라 부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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