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그리운 아버지

by 꿈꾸는 덩나미

논두렁 사이로

예닐곱 살 계집애가

나비처럼 나풀나풀 걸어간다.

손에 든 누런 주전자에는

뽀얀 막걸리가 출렁출렁 춤을 춘다.


태양이 잠시 졸음에 겨워

한눈을 파는 사이

앙큼한 계집아이는

주전자 구멍에 입을 대고

막걸리를 홀짝홀짝 마신다.


달콤한 듯 시큼하고

알딸딸하게 기분이 좋아지면

계집애는 나비인 듯 착각하며

논두렁길에서 춤을 춘다.


가벼워진 주전자와

발그스레 해진 딸내미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던 아버지.

“어이쿠! 사과가 되어버렸네”

남은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그 넓은 등에 딸내미를 업고

집으로 향하시던 아버지.


아버지가 그리워

마트에서 슬쩍 산 막걸리 한 병.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유통기한이 지나도

마시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는

나의 야릇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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