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나무

누군가 한명은 기억하고 있어야 할거 같아서...

by 꿈꾸는 덩나미

늙은 나무는 이제 잎을 내지 않는다.

가지는 메말랐고 뿌리는 영양을 공급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몇 번이나 도끼를 뿌리 곁에 두었다.

행여나 잎을 내고 꽃을 피울까 하여 기다리기를 수년째.


다른 나무들은 연두색 생명을 싹 틔우고

초록으로 빛나더니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드레스로 갈아입는다.


그 아름다움에 취한 듯 늙은 나무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자신의 메마른 가지가 뚝! 부러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늙은 나무가 그랬다.

“세월은 금방 가는 거란다. 무엇에든지 너무 자랑하지마라"


거북이걸음처럼 느껴지던 것이

맹수에게 쫓기는 사슴처럼 빠르게 지나갈 때


우린 깨달았어야 했다.

우리의 인생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음을.


늙은 나무가 쓰러지고

사람들은 도끼로 자른 후 불쏘시개로 아궁이에 던졌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새로운 나무가 심기었고

이제는 아무도 늙은 나무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 나무가 준 열매를 먹고 그늘 밑에서 쉬었던 한 소녀가

애처로이 늙은 나무를 기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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