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승인 이후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평가가 간절하다.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 문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는지, 누군가 ‘읽을만하다’고 여길 글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최근 며칠은 브런치스토리에 고이 모아둔 글들을 다듬어 몇몇 공모전에 내고, 에세이 잡지에도 투고했다.
유명 에세이 잡지에서 ‘미채택’이라는 쓴 결과를 받았지만 괜찮았다.
나는 아마추어고, 앞으로 계속 글을 쓸 사람이다.
한두 번 미끄러졌다고 상처받을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한 계간지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 보낸 수필이 등단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대화가 길어질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동인지 15부 구입, 심사비 납부…이래저래 60만원을 오늘 오후 다섯 시까지 입금해야만 내일 당선자로 발표해 준다고 했다.
등단을 하면 이력서에 한 줄 더해지고, ‘작가’라는 명함도 얻고, 동인지에 사진도 실린다. 겉으로는 나쁠 게 없다.
하지만 돈을 내면서까지 얻는 ‘등단’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문단의 생리를 잘 모른다. 문학계가 영세하다 보니, 이렇게라도 굴러가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
혹시 내가 모르는 ‘관행’일수도 있다.
그래도 불안했다. 몇몇 브런치 작가님들이 모인 단톡방에 조언을 구했다.
그 중 한 분이 기사 하나를 공유해 주셨다.
2023년 TV조선 기사였다. 기자가 직접 겪은 르포 형식이었는데, 내가 들은 조건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났다.
나는 등단작가가 되지 못했다.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다.
‘수상작에 올랐다’는 사실로 스스로를 위로해야 할까, 아니면 ‘속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도해야 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앞으로는 무턱대고 투고하기보다 옥석을 가릴 눈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다.
방송인으로, 강사로 살아오는 길도 쉽지 않았는데, 글쟁이로 사는 길은 그보다 더 험난해 보인다.
결국 인생은 무엇 하나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묻는다.
“돈으로 사는 등단이 아니라, 글로 얻는 목소리를 언제쯤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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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이후, 오마이뉴스에 송고해 기사화 되었습니다. (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