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피하고 싶어

by 맑은하늘

나는 여름에 외출할 때마다 꼭 챙기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타들어갈 것만 같은 더위 속에서도 나에게 당당하게 눈을 뜨고 앞을 볼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하는 모자다. 선글라스는 아무리 가볍고 편한 것을 써도 불편해서 5분도 못 쓴다. 반면에 모자는 머리 위에 살포시 얹으면 이질감없이 물아일체가 된다. 있는 듯 없는 듯 나를 편하게 감싸주는 모자가 참 고맙다.


어릴 때는 뜨거운 햇빛을 인상쓰며 마주보았다. 이글거리는 햇빛에 절대 지지 않으리라고 대항했지만 항상 먼저 항복하는 건 나였다. 언제 어디서나 강렬한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손바닥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가! 햇빛이 너무 셀 때는 눈만 겨우 가려주는 손그늘 속으로 숨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지금은 외출할 때 모자가 필수품 1호이다. 자외선 차단 지수와 챙의 길이를 살펴 모자로 얼굴을 꼭꼭 가리고 다닌다. 요즘들어 햇빛이 더 뜨거워졌다. 숨막히던 더위가 이제는 살도 태울 것만 같다. 그동안은 지구온난화로 오존층이 뚫리는 게 실감 안 났었다. 요즘들어 태양이 부쩍 더 뜨거운 것을 보니 두텁게 보호해주던 오존층이 그립다. 아니면 내 피부가 노화돼서 더 뜨겁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구온난화때문에 햇빛이 더 따가워졌다고 믿고 싶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를 거닐다보면 얼굴에 점들이 피어난다. 자외선차단제가 떨어졌는데 사기 귀찮아서 2주동안 안 바르고 다녔다. 어느날 세수하며 거울을 보니 처음으로 얼굴에 기미가 생겼다. 깜짝 놀라서 나는 바로 자외선차단제를 사러갔다. 이 일 후로 나는 외출할 때면 얼굴에 자외선차단제를 듬뿍 바른다. 얼굴만이라도 태양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화장품에만 의지할 수 없어 나는 오늘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안심하며 거리에 나선다. 그리고 학교가는 딸들에게도 아침마다 이렇게 외친다. "모자쓰고 가~ 점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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