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으로 채우는 삶, 넓어지는 인생길 1

병원 인테리어

by 수아롬

이 글은 '배움으로 채우는 삶'이라는 주제로 3편에 걸쳐 연재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 ‘시작 앞에서 겁내지 않기’입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


나는 늘 이렇게 믿어왔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해낼 수 있다고.

그래서 새로운 일을 마주할 때, 주저하거나 겁먹기보다 먼저 다가가 본다. 모른다는 이유로 물러서기보다, 알기 위해 기꺼이 애쓴다.

이런 태도는 살면서 생각보다 많은 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은 마음의 굳은살이 되어 불가능해 보이는 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마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몇 년 전, 병원을 옮기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무리한 월세 인상 요구로 15년 동안 머물렀던 공간을 떠나야만 했다. 긴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감당하는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심했고, 움직였다.


이전할 공간에서 병원을 다시 꾸리기 위해 하나하나 알아보던 과정에서, 가장 큰 벽으로 다가온 것은 인테리어였다. 몇몇 업체를 만나봤지만, 어디가 더 나은지 판단조차 할 수 없었다.

아는 게 너무 없어서,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만 또렷하게 알 수 있었다.

그 시절에는 셀프 인테리어의 개념이 거의 없었고 영상 자료도 없어서, 발품을 팔고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만 했던 때였다. 그래서 정보를 얻는 것도, 비교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급할수록 돌아가자.

시간이 촉박했지만, 먼저 아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다행히 결혼 전 디자인 관련 일을 했었고, 2년마다 전셋집을 옮기며 도배며 장판, 싱크대까지 손수 알아보고 손을 댔던 경험이 있었다. 덕분에 어디로 가야 무얼 배울 수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때부터 좋은 업체를 고르기 위해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매일 을지로에서 청계천까지 무작정 걸었다.

설비, 타일, 금속, 목재, 조명... 그곳엔 없는 것이 없었다.

가게 앞에 서서 망설이기를 수차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준비한 음료수를 건네며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기꺼이 지식을 나눠주셨다.


그 시절, 나는 비 오는 날이 반가웠다.

비가 오면 손님이 적어, 사장님들이 내게 선뜻 시간을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의 순서, 디자인의 흐름, 자재의 특징, 대략적인 견적까지도 조금씩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좋은 업체를 고를 수 있을 만큼의 안목만 가지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직접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의 ‘결심’에 힘을 실어준 은인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는 빠르게 쌓여갔지만,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기 증설, 간판, 차폐시설, 냉난방기, 소방시설, 내부 사인물 디자인, 네트워크 작업까지... 항목들이 하나둘 늘어나며, 감당해야 할 금액은 점점 무겁게 다가왔다.

이제는 단순히 ‘어떤 업체를 고를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이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첫 인테리어였기에, 마음 한구석엔 부담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결심했다.

“그래, 까짓 거 직접 해보자.”

그리고 늘 그렇듯, 남편은 나를 믿고 지지해 주었다.

“당신이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그 말 한마디에 용기가 생겼고, 떨렸지만 또 한 걸음 내딛을 준비가 되었다.


기존 계약 만료일이 얼마 남지 않아 압박감이 점점 밀려오던 그때, 지인의 소개로 목수 배 반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을 처음 만났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손으로 그린 조악한 도면 한 장을 들고, 쭈뼛쭈뼛 말문을 열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제가 직접 인테리어를 해보고 싶은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부탁드립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용기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싶다.


하지만 반장님은 주저함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답하셨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세요. 그 정도 알고 있으면 같이 해볼 만합니다.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잘 설명하면 제가 한번 만들어 보죠. 하지만 비용은 업체에 맡길 때와 큰 차이가 안 날 겁니다. 원래 일이라는 게 100을 생각하면 120~130이 들거든요. 그래도 직접 하면 분명 좋은 재료로, 더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 허허... 마음 편히 고민해 보시고, 결정되면 연락 주세요.”

험한 작업이 켜켜이 쌓여 드러난 투박한 마디, 세월이 묻어 있는 손에는 세상의 무게가 느껴졌지만 이상하게 따뜻함이 전해졌다.

그의 말투는 무뚝뚝했지만, 배려심은 나무처럼 단단하고 깊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현장에서 배우는 삶’에 대해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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