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Very Be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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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지크] 시리즈
제1부 철혈의 지배
1944년의 장
제3-1장.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반부 : At The Very Beginning
"6월 6일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기상창이 있다지만, 너무 짧습니다.
확실하지도 않은 예보에 우리 사단들, 수십만 병사들의 목숨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이 상륙은 단순한 작전이 아니라 전쟁 전체의 분수령이 될 겁니다.
그걸 도박으로 치를 수는 없습니다."
미 제1군 사령관, 오마 브래들리 대장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6월 5일은. "
심드렁한 표정의 버나드 몽고메리 대장이 툭 던지듯 말했다.
"6월 5일은 불가능합니다.
해협은 거친 강풍에 휩싸이고 파도가 높아 상륙정이 해안에 닿기도 힘들 겁니다.
구름은 낮게 깔려 항공기 운용이 막히고, 공수부대 투하도 힘들 거요.
함포도, 폭격도 제대로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병력을 내보내는 건 무모합니다. "
연합원정군 최고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원수의 목소리는 굳게 닫힌 창밖의 폭풍만큼이나 무거웠다.
"안 된다. 불가하다… 그쪽은 전쟁할 마음이 있소?
아, 실례.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떤가. 상륙할 것처럼만 하는 거지.
저 자식들은 겁에 질려 해변에 묶여 있을 테고, 우리는 동쪽 친구들이 뭐라도 해낼 때까지 기다리는 거요.
그리고 스탈린에게 경례하며 우리 몫의 지분을 달라 빌면 끝. 아무도 죽지 않을 거요. "
몽고메리가 음산하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의 발언에 참석자들이 웅성거렸다.
"그런 말은 런던의 바에서나 하시오. 여기는 작전을 설계하는 자리요. "
대영제국군 참모총장, 엘런 브룩 원수가 말했다.
"우린 기만이나 폭격만으로 전쟁을 끝낼 수 없소. 저들은 속지 않을 거요.
그런 태도는 병사들에게도 좋지 않소. "
브래들리가 덧붙였다.
"허. 다들 열성적이시군. 그럼 누가 날짜 좀 정해보시오.
난 또, 딱히 상륙작전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아서 다들 미루는 줄 알았지. "
회의실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만하시오. 충분해요. 잠시 쉽시다. 분위기도 전환할 겸. "
아이젠하워가 그들의 말을 끊었다.
얼마 뒤, 사우스윅 하우스 통신실.
"날짜는 정해졌습니까? 이제 확실히 해야 합니다.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만 선거일은 빛의 도시 파리에서."
통신기 너머로 밝은 목소리가 전해졌다.
백악관 특별보좌관 해리 홉킨스. 루스벨트 대통령의 최측근.
"의견을 조율하는 중에 있습니다."
아이젠하워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각하께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전폭적인 지원이 함께 할 테니, 용감하게 나아가십시오."
아이젠하워는 수화기를 잠시 내려놓았다.
통신실 공기가 축축한 습기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
"마셜 장군은… 혹시 뭐라 하십니까?"
대답은 없었다. 대신 수화기 너머로 다시 홉킨스의 밝은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워싱턴은 대통령 각하 아래에서 의견 조율을 마쳤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기에 상륙.
선거일에 맞춰 파리를 해방. 늦어도 6월 10일 이전에는 시작해 주시길. 반드시요, 원수님."
전화가 끊혔다. 그가 생각할 틈도 없이 부관이 통신실의 문을 두들겼다.
"원수님? 곧 다시 회의 시간입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회의실로 나아갔다. 회의실에는 이미 장군들이 모여있었다.
다들 목소리가 높았다.
"내일은 어떻습니까?"
"6일의 짧은 고기압, 이건 기적입니다. 이때..."
"차라리 상륙계획의 재검토를ㅡ"
아이젠하워가 책상을 내리쳤다.
모두 말을 멈추고 그를 쳐다봤다.
"7일 작전 실시. 예비일 6월 10일. 반박은 받지 않겠소."
그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 있었다.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먹구름이 번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불길하다고 속삭였고, 누군가는 당일은 맑겠지라고 했다.
6월 5일. 최초 상륙작전 예정일.
강한 저기압이 내려앉았다.
저층 구름과 강풍이 해변을 강타했다.
6월 6일 오전.
고기압. 기이할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6월 6일 오후.
회의가 끝날 무렵 다시 날씨가 흐려졌다.
6월 7일. 변경된 상륙작전 예정일.
흐린 하늘과 높은 파고 속의 잿빛 포츠머스, 상륙군 출발 지점.
"거기 조심해!"
소대장이 급히 외쳤다. 하지만 늦었다. 높은 파고 속 두 척의 LST가 충돌했다.
병사들이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구조는 힘들었고, 몇몇 병사는 군장의 무게와 함께 바닷속으로 끌려갔다.
P-47 선더볼트 전폭기 편대가 강풍 때문에 이륙이 제한되었다.
함선들은 파도에 난타당했고, 탈진하고 구토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사방에서 이런 보고가 전달되었다.
"... 강행하시겠습니까..? 이건 너무... 가혹합니다."
브래들리가 신중하게, 나직이 말했다.
"제국 총참모부는 이런 기상 상황 하에서 상륙작전은 절대 무리라고 결론 내렸소.
영연방군은 인원과 장비를 하역하겠소. 당신들도 같은 결론에 도달하리라 보오."
몽고메리가 말했다. 아니, 통보했다.
"..."
말이 필요 없이, 6월 7일의 상륙작전도 취소되었다.
누군가 조용히 역시 6일이...라는 말을 꺼냈지만,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방법은 없었다.
계속되는 실행 준비와 취소로 사기가 저하되는 것을 막고자,
연합원정군사령부는 6월 10일을 상륙작전의 적기이자 실행일로 부대에 공표했다.
6월 10일, 상륙작전 예비일. 새벽 1시. 햄프셔, 사우스윅 하우스.
좋게 말해도 날씨가 괜찮다는 말은 꺼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6월과 7월은 날씨가 계속 이럴 거고, 8월은 너무 늦다. 무엇보다 미합중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오늘의 기상 상황은?"
"다소 흐리나 상륙작전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
"그거면 충분하오. 자, 진행합시다. 긴 시간, 준비하느라 모두 정말 고생했습니다."
반박하는 이는 없었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반박은 곧 작전의 마찰이고, 마찰은 곧 파국이며, 그 결과는 연합원정군사령부의 해체라는 걸.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남은 것은 신의 손에 맡기고. 좋습니다. 시작합시다."
6월 10일, 상륙작전 예비일.
새벽 3시. 가랑비가 내리는 보랏빛 하늘 아래의 RAF 워밍턴, 공수부대 출발지점.
제101 공수사단이 수송기와 글라이더에 올라타고 있었다.
가랑비를 맞으며 떨고 있던 공수부대원들은 탑승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다들 앞다투어 탑승했다.
"군기도 없나? 왜 이리 무질서해?"
중대장이 한마디 했다.
"어쩔 수 없지요. 절반은 새파란 신병이니까요. 부대의 절반이 82사단 재건에 투입되었으니.
이 친구들, 솔직히 걱정됩니다."
부대의 상사가 거들었다.
"... 시칠리아. 그래, 그랬지. 그 얘기는 그만합시다."
구름이 조금 걷히고, 드디어 영국 각지에서 공수부대가 날아올랐다.
계획보다 늦은 출발이었다.
6월 10일, 상륙작전 예비일. 새벽 5시. 따가운 바닷바람 속의 포츠머스, 상륙군 출발지점.
육중한 전함들이 항구를 떠났다. 그 뒤를 따라 구축함과 순양함들이 줄줄이 이동했다.
그리고 거대한 항공모함이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상륙지원함과 상륙선이 뒤따랐다.
수백 척의 함선 행렬과 함께, 장엄하고도 장엄한 넵튠 작전이 시작되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6월 10일, D-day. 새벽 5시, 생메르에글리즈.
하늘은 우중충했지만 태양이 뜨자 어느 정도는 밝아졌다.
수송기 파일럿은 안도했지만, 곧 그 안도는 공포로 변했다.
지상에서 대공포탄이 미친 듯이 쏘아졌다. 처음에는 중대공포탄의 파편이 휘몰아쳤다.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자 소형 대공포탄이 폭풍처럼 꽂혀왔다.
"내려라, 내려! 뛰어내려라!!"
"시칠리아는 무슨, 이런 건 본 적도 없다!"
공수부대는 강하를 시작하거나 하늘에서 떨어졌다.
연기가 치솟는 수송기와 글라이더 사이사이에서, 불덩이에 휩싸인 인간들이 떨어져 내렸다.
수송기들은 글라이더들을 대충 집어던지고, 공역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늪지에 처박힌 글라이더에서 살아남은 공수부대원들이 비틀거리며 빠져나왔다.
독일 91 보병사단의 소총병들이 그들을 에워쌌다.
"무기, 버려!"
어쩔 방도가 없었다.
6월 10일, D-day. 새벽 6시, 노르망디 해안가.
BB-35 USS Texas가 함포사격의 시작을 알렸다.
그와 동시에 8척의 전함이 포신의 아가리를 열고 지옥불을 토하기 시작했다.
야전포병과 흡사한 152mm 주포부터 중포와도 비교할 수 없는 406mm 주포까지
각양각색의 포탄이 해안선과 그 너머를 두들겨 팼다.
대서양 방벽의 벙커와 참호에서 이 지옥불을 맞는 추축군 병사들은 당연하고,
상륙정에 탑승 중인 연합군 병사들도 전율했다.
마치 갑자기 세상의 종말이 도래하듯, 노르망디의 해변도 파괴되었다.
"저기 있지 않아서 다행이야."
상륙정에 탑승하기 위해 내려가며 한 병사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우리가 갈 곳이 저기잖아."
누군가 대답했다.
조금씩 높아지는 파도가 상륙정을 난타했지만, 상륙정들은 출발했다.
제발 저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기를. 무언가 있었다면 저 불지옥에서 모두 타들어갔기를.
그 한 가지 소망에 매달린 채로.
같은 시간, 노르망디 해안가, 포앵트 뒤 호크.(pointe du hoc) 벙커.
독일군 장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포탄의 진동이 쉴 새 없이 벙커를 흔들었다.
"보고대로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함포사격이 아닙니다!
공수부대를 포함한 대규모 상륙정 확인됨! 서방 연합군이 옵니다!"
"보고 확인되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무전기가 갑자기 치익, 소리를 냈다. 다른 자가 무전기를 잡았다.
"현지의 전력은 어떻지?"
"수신자는 누구입니까? "
"에르빈 롬멜. 서부 B 집단군 사령관이다. "
"예... 예, 각하! 저의 소속은 제1260 해안포병연대입니다!
그 외 이 근방에는 제716보병사단과 제352보병사단이 있습니다!"
"알았다. 반드시 그 거점들을 사수하라. "
통신이 끊혔다. 수화기를 내릴 생각도 못한 채, 장교는 지시하기 시작했다.
6월 10일, D-day. 오전 7시, 해안선, 상륙지점 오마하 인근.
상륙정 옆에서 물보라가 솟구쳤다. 상륙정은 휘청거렸고, 몇몇 병사들이 바다로 던져졌다.
아무도 그들을 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옆의 상륙정은 기관총탄을 뒤집어썼다.
좁은 상륙정이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었다.
죽은 운전병의 의지인지 우연인지 상륙정은 계속 해안으로 나아갔다.
"대가리 들지 마! 표적 된다!"
"숙여, 숙여!!"
"으아아아! "
누군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기관총을 잡고 전방에 마구잡이로 쏘았다.
"누가 저 새끼 저지해!"
해안 어딘가에서 쏟아진 기관총탄이 그 병사는 물론, 상륙정 내부까지 휩쓸었다.
당연하게도 해안선에 가까워질수록 표적이 될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상륙정이 해안으로 접근해 갔다.
상륙정 하나가 해안선에 도달했다.
해치가 내려가기 무섭게,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분대장이 병사를 모아보려 했지만 통제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상륙정이 도착했다. 385호. 중대장이 탄 상륙정이잖아?
하지만 해치는 열리지 않았다.
그 내부에서는 죽음과 피의 냄새가 올라왔다.
"내ㅡ려ㅡ!"
기관총탄이 상륙정을 두들기자 소대장이 외쳤다.
상륙정에서 뛰어내린 병사들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절망한 소대장도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도 떠오르지 않았다.
해안선에는 죽음의 냄새가 가득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생존을 이어나가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포탄 구덩이, 테트라헤드론, 벨지안게이트, 헤지호그. 그것도 없으면 직접 땅을 파서라도 버텼다.
엄폐물을 낀 채 연합군 병사들도 응전하기 시작했다.
무전기를 잡은 중대장이 외쳤다.
"지원! 지원을! 몰살 직전이다! 당장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이미 죽은 놈과 곧 죽을 놈만 남는다! 어서!"
우중충한 하늘에도 불구하고, 브리튼섬에서 계속 항공기들이 날아왔다.
USS 텍사스는 자칫 잘못하면 좌초될 수도 있는 위치까지 접근했다.
주포 일제사격이 몰아쳤다. 그 충격파는 지상에 있는 자들에게도 전해졌다.
독일군의 해안 참호선, 혹은 그로 짐작되는 곳에 포탄이 작렬했다.
피와 시체가 처절하게 쌓여갔지만, 누군가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6월 10일, D-day. 오후 4시, 햄프셔, 사우스윅 하우스.
무전기와 통신기들은 끊임없이 울렸다.
정보와 첩보의 폭풍 속에서 장군들은 고뇌했다.
"공수부대는?"
"... 대부분 파괴되었습니다."
"이유는..?"
"기상 상황 때문에 너무 늦게 출발했습니다. 대공포에 너무 쉽게... 노출되었습니다."
"아....!"
"계속 폭격하라. 뭐라도 폭격해라. 적이 있건 없건 관계없다.
저층 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더라도 폭격해라. "
"몇몇 함선들이 피격되었습니다. 아직 주력함의 손실은 없습니다."
"피해는 감내하라. 더 근접해도 좋다."
"공수부대 2차 투입은?"
"거부되었습니다. 전략예비가 필요합니다."
D-day 연합군 성과 최고 진출선 : 쥐노, 3km
최소 진출선 : 오마하, 500m
한 장의 보고서가 손 사이를 빠져나가 그대로 전달되었다.
길고 긴 하루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6월 11일, D+1. 오후 3시, 노르망디 해안, 상륙지점 골드.
첫날의 전투는 격렬했지만 전차가 상륙하고서야 상황은 진정되었다.
모두가 이상하다며 비웃던 '퍼니 전차' 들이 그 진가를 발휘했다.
함포도 못 뚫던 벙커가 길고 굵은 봉형 폭약 다발에 무너져 내렸다.
드디어 어느 정도 전투편제를 갖춘 영연방군 제50사단이 전진했다.
그들은 바외 외곽에 첫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시가지에 진입한 순간에, 독일군 제352사단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첫날의 공격은 실패했고, 50사단은 도시 밖으로 철수했다.
6월 12일, D+2. 오전 10시, 바외 외곽.
함포사격이 낙하했다. 대지가 전율했다.
B-25 폭격기 집단이 폭탄을 쏟아부었다. 천지가 진동했다.
"좋다. 9, 11중대, 전진!"
불안한 눈길 속에서 병사들이 나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기관총탄이 쏟아졌다.
다시 전투가 시작되었다.
지뢰 몇 개가 터지고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철수, 철수! 엄호사격 퍼부어!"
하지만 엎드린 병사들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진격은 또다시 중단되었다.
코앞의 바외는 너무 멀었다.
6월 13일, D+3. 오후 2시, 상륙지점 오마하.
혈전 속에서 오마하 해변을 장악한 미 제1사단 병사들이 흩어져 있었다.
가끔씩, 산발적으로 포탄이 낙하했지만 이곳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겐 좀 시끄러운 소리 정도였다.
"거기, 죽은 자들부터 옮겨라! 포탄보다 그게 먼저야!"
"배고파... 목말라... 수송선은 왜 안 와?"
"부두도 없는데 수송선이 어떻게 들어와... 상륙정 접안할 때 갖고 온데. 일단 이거라도 마셔."
목마른 병사는 동료가 준 수통을 보고 눈이 반짝였다.
한 번에 다 마셔버릴 수도 있는 양이었지만, 입술을 적실만큼만 마셨다.
"고마워. 이제 살겠다. 파리 가서 값을께."
"말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병사가 물었다. 표정이 두려워 보였다.
"꺄헝떵... 카랭탕... 카랑탕... 이건 뭐라고 읽는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다음 목표는 저기다."
장교가 지도를 보며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 멀리 내륙에서 연기가 솟고 있었다. 카랑탕이었다.
아직 보지도 못한 전장이었다.
"그렇겠죠. 이게 끝이 아니겠지요."
병사는 체념한 채 물러났다.
6월 14일, D+4. 오후 5시, 카랑탕 외곽.
비가 쏟아졌다. 둔덕은 무너졌고 제방은 늪처럼 변했다.
병사들은 푹푹 빠지는 길을 힘겹게 걸어 나갔다.
"탕!"
한 사람이 고꾸라졌다.
"또 저격수다, 저격수!"
병사들이 흩어졌다. 내리는 비로 시야가 어두웠다.
그들은 일단 보이는 모든 곳에 응사했다.
"저격수는 소리나 섬광으로 찾아야 한다!
우릴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야. 늦추려는 것뿐이지! 다음 사격 때..."
"탕!"
고개를 들고 병사들에게 외치던 소대장이 풀썩 주저앉았다.
당연하지만 섬광은 보이지도 않았다.
1시간이 지나서야 포격이 시작되었다.
아마 죽었겠지. 그렇게 믿자. 병사들은 다시 나아갔다.
"탕! "
또 누군가 쓰러졌다.
카랑탕은 가까워지지 않았다.
참 긴 하루였다.
6월 16일, D+6. 오전 11시, 캉 외곽.
영연방 제27기갑여단이 도시로 접근했다.
길 양옆의 낮은 담벼락과 석조 건물들이 숨죽인 듯 버티고 있었다.
모든 게 다 매복으로 보였다. 불안해서일까, 전차들의 포탑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전투대형으로! 집중하고, 잘 살펴라!"
선두의 M4 전차가 교차로에 들어서는 순간, 굉음과 함께 궤도가 찢겨나갔다.
흰 연기가 솟구치며 전차가 멈췄고, 살아남은 전차병들이 불길을 피해 몸을 날렸다.
"대전차포다! 포 위치 잡아!"
곧이어 포탄 두 발이 더 날아들었다. 이어 MG42의 굉음이 담벼락 뒤에서 터졌다.
진격은 한순간에 고립된 듯 얼어붙었다.
"공격하라! 외곽부터 철저히—"
지휘관의 목소리는 또 다른 폭발음에 묻혀 끊겨버렸다.
불타오르는 M4 전차 옆으로 이형의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괴물을 본 전차병들이 외쳤다.
"티거다ㅡ!!!!!!!"
발사된 포탄이 차갑게 튕겨나갔다.
티거 전차의 포신이 천천히 회전하더니, 한 발 한 발, 침착하게 사냥을 이어갔다.
M4 전차들은 마치 연습 표적처럼 차례로 불타올랐다.
주위의 보병들은 엄폐물 뒤에서 속수무책으로 이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연기, 기름, 탄약이 터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냥을 끝낸 티거는 무너진 건물 사이로 뒷걸음치듯 사라졌다. 남은 것은 불타는 전차의 잔해뿐이었다.
연합군
연합군의 전략은 단기간에 해안에 교두보를 확보하고, 내륙 교차로와 항만을 점령한 뒤,
독일군의 반격 이전에 전선을 확장하는 것이다.
작전배치는 영연방군이 독일 기갑부대를 붙잡아 두는 동안 미군이 항만을 뚫어
보급을 보장하여 서부 전선 전체의 확장을 보장하는 구도였다.
최초 투입된 부대는 총 5개 상륙사단, 3개 공수사단으로 시작해,
이후 2주일간 증원을 통해 20개 사단 이상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추축군
독일군의 전략은 해안에서 침공군을 바다로 몰아넣는다 라는 전제에 기반했다.
그러나 예비 기갑군의 배치를 두고 군부 내 논쟁이 있었고, 최종적으로는 타협이 이루어져,
기갑사단 일부는 해안 인근, 일부는 파리 및 내륙 예비로 분산되었다.
초기 저지선은 보병·고정 진지, 결정타는 기갑예비라는 구조였으나,
실제로는 기갑부대가 제때 움직이지 못해 연합군의 상륙 자체는 허용되었다.
상륙 초기 (D-Day, 6월 10일)
연합군은 강력한 함포와 공중폭격에 의존했으나,
기상 악화와 늦은 공수부대 투입으로 전술적 혼란이 발생했다.
해변에서는 벨지안 게이트, 테트라헤드론 등 장애물과 화기 집중 때문에 병력 손실이 컸다.
최고 진출선은 3km(쥐노), 최저는 500m(오마하)에 불과했다.
영연방군의 바외 진출 시도 (D+1~D+2, 6월 11~12일)
해안은 간신히 확보했으나 내륙 돌파는 실패했다.
바외를 목표로 한 영연방군의 공격은 독일 제352보병사단의 반격으로 좌절되었고,
공세는 지뢰·기관총·포화에 가로막혔다.
미군의 진출 시도 (D+3~D+4, 6월 13~14일)
미군은 오마하에서 카랑탕으로 진출을 시도했으나,
늪지와 저격수·지연전술에 막혀 진격이 지체되었다.
보급도 여전히 불안정하여 전선은 굼떠졌다.
영연방군의 캉 진출 시도 (D+6, 6월 16일)
영연방군은 캉을 공격했으나, 독일군의 대전차포와 전차 매복으로 기갑여단이 괴멸적 손실을 입었다.
도시 돌파는 좌절되었고, 연합군은 전면적인 전진 대신 교두보 유지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3. BDA(Battle Damage Assessment) 요약
※ 연합군 측은 교두보는 확보했지만 손실이 과중하며, 특히 공수부대 붕괴가 작전 전반을 무력화시킴.
또한 기계화 전력이 캉에서 격파당하며 공세 지속 능력 저하.
추축군 측은 해안 방어부대는 무너졌으나 기갑 예비 투입으로 전선을 안정화. 방어적 승리 상황.
전략항구 조기 획득 불가
르아브르·셰르부르 등 심해항 확보 실패는 대규모 해상보급 불가를 가져오게 되었다.
결국 인공항 멀베리에 의존해야 하나, 파고로 인해 공사는 지연되고 있다.
교두보 확장 실패
첫날 최대 진출 3km, 최소 500m에 불과한 진출선과 D+7까지도 바외·카랑탕·캉 방면에서
모두 저지되었다. 전선은 해안선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선 압착 시 대량 피해가 우려된다.
공수부대 전력 상실
D-day 강하 실패로 공수부대는 사실상 괴멸되었으며, 교두보 차단과 측방 봉쇄에 실패하였다.
결국 남은 작전적 선택지는 해안 정면 돌파뿐이었다.
독일군의 지연 성공
해안방어부대는 큰 손실을 입었지만 아직까지 지휘체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방어에 유리한 보카주 지역을 이용한 방어·저격·포격으로 연합군의 소모를 가속하고 있다.
또한 기갑예비(SS기갑 등)가 아직 본격 투입 전이므로 향후 위협으로 잔존하고 있다.
연합군 측은 교두보를 확보했으나 내륙 돌파는 실패했으며 보급 유지 제한으로
공세 지속 능력 붕괴가 다가오고 있다.
추축군 측은 방어선은 선방했으나 연합군을 바다로 몰아내진 못했다.
하지만 연합군의 전격전을 차단하는 데 성공하였다.
작전적 상황은 독일군의 부분적 승리이며
연합군은 철수 여부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불리해졌다.
6월 17일, D+7. 오후 5시, 햄프셔, 사우스윅 하우스.
담배 연기와 커피 향이 부드럽게 감도는 회의실에서도 논쟁이 끊임없이 오고 가고 있었다.
가끔씩 터져 나오는 고성이 회의실을 때렸다.
아이젠하워는 담뱃갑을 열고 담배 하나를 꺼냈다.
그의 아래 재떨이는 이미 피고 버린 담배로 가득했다.
"전함 HMS 워스파이트, 폭격기와 해안포에 다수 피격되었습니다.
임무 수행 불가. 견인함과 함께 포츠머스로 회항합니다."
"인공항 멀베리의 제작은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파고가 너무 높습니다."
"영연방군은 이미 캉에 도달하여 전투 중이오. 미군은? 아, 이제야 해안을 벗어났소?
그거 정말 축하할 일이군! 우리는 독일로 갈 테니 자네들은 프랑스를 맡는 건 어떻소?"
"아시겠지요. 선거는 빛의 도시 파리에서. 혹시 파리 해방 이후 투표용지를 거기로 전달해 드릴까요?"
"이 해변은 지옥이다! 죽은 놈과 곧 죽을 놈뿐! 지원을!"
"구름이 너무 낮습니다. 폭격의 성과를 도출할 수 없습니다. 출격률도 예상의 절반 수준입니다."
"세르부르... 르 아브르... 반드시 확보해야만 차후 작전의 보급이..."
"사상자의 수는 정확히 집계할 수 없습니다. 최소 2만을 넘어선다고 생각됩니다만..."
아이젠하워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책임의 무게는 너무 무거웠다.
성공인가, 실패인가? 누가 물어본다면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 작전은 그가 말했듯이 온전히 그의 책임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