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추운 겨울
2008년,
외환위기 여파는
요르단에도 들이닥쳤다.
손님이 끊겼다.
가이드 일은 끊기고,
생활비는커녕
집세조차 낼 수 없었다.
요르단의 집은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구조였다.
우리가 살던 동네는
외국인들이 많은 지역이었고,
한 달 렌트비는 450달러.
이집트인 관리인은 매달 현금을 받으러 왔다.
쓰레기도 버려주고, 청소도 해주며
팁을 받는 게 그 사람의 생계였다.
하지만,
우린 몇 달째 렌트비를 못 내고 있었다.
큰애 분유랑 기저귀 사면
기름값도 없었다.
돌로 지어진 집은
봄까지도 냉골이었고,
따뜻한 물은 나오지 않았다.
찬물로 설거지를 하다
손이 얼어 고무장갑을 벗고
입김으로 손을 녹였다.
2~3분마다 “호호” 불며
그렇게 하루를 견뎠다.
결국,
관리인이 아랍어로 막 화를 내며
앞문, 뒷문, 베란다 문까지
모두 두드렸다.
우린 불을 다 끄고,
돌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안방 이불속에 숨었다.
관리인이 사라진 후,
우리는 숨바꼭질을 이기고 나온 아이들처럼
후련하게 웃었다.
기가 막혀 웃었는지,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웃었는지는 기억이 나진 않는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는 것.
결국,
외환위기와 둘째 출산을 핑계 삼아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겨울이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걸.
삶이 차가워질수록
마음은 더 따뜻해야 살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