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3개가 되야 하는 날

사춘기 지뢰밭

by 루미아

학부모총회 날은 정말 정신이 반쯤 나간다.
큰애는 그래도 처음이니까,

아무래도 담임 선생님 얼굴 한번은 봐야 할 것 같고.
막내는 막둥이라서 학교 생활 잘하고 있나 궁금해서,

교실 문턱이라도 밟아야 할 것 같고.
문제는 둘째다.
“엄마는 왜 언니랑 막내만 챙겨?”
그 말 한마디에, 억지로라도 얼굴 비춰야 한다.

그래서 또 뛴다.


큰애 교실에 먼저 가서 담임 선생님께 눈인사 한 번.
그러다 보면 둘째 반은 이미 시작 중이고,
문 앞자리 차지한 분이 ‘지각자’ 보는 눈빛으로 나를 슬쩍 훑는다.

막내 반에 도착하면 회의는 끝났다.
남은 건 의자 정리 중인 학생 하나, 수다 중인 엄마 둘.



그나마 셋 다 초등학생일 땐 같은 학교라 편했다.
한 건물, 한 운동장. 교실만 옮겨 다니면 됐다.


하지만 큰애가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학교가 두 개,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학교가 세 개다.

차를 타고, 시간을 쪼개고, 온몸으로 뺑뺑이 돌며 다녀야 한다.


그래도 한날에 몰려 있으면 그나마 낫다.
워킹맘에게 한 달에 2~3번 평일 휴가 쓰는 건 정말 부담스럽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안 갔다. 아니, 못 갔다.
시간도, 체력도, 감정도. 더는 안 됐다.



얼마 전 아이들끼리 이러더라.



“엄마, 이번 주 우리 학교 공개수업이야.”

“언니, 엄마는 그런 거 안 와...”

“그러게. 엄마가 공개수업 오는 거 봤어?”



그 말에 나는 웃었지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얘들아, 너희가 기억 못하는 그때,
엄마는 진짜 다리에 불 나게 뛰어다녔어.
이제는… 좀 쉬면 안 될까?



엄마는 몸은 회사에 있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학교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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