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난해시론 no.4 _ 회귀>와 해설
<難解詩論 no.4 _ 회귀回歸>
바람이, 나무에게로 달려간다
바람이, 나무에게로 달려가, 몸을 비빈다
바람이, 나무에게로 달려가, 몸을 비비다가
흔들리는 나무를 범한다
나무는, 잎을 벗는다
나무는, 벗은 잎 사이에
속살을 드러내고 나이테를 키운다
나무가 벗은 잎으로, 바람을 만든다
나무가 옷을 벗는 소리에
나무가 품었던 새들을 날려 보내고
나무를 덜어낸 바람이, 사람을 부른다
바람이 숲에서 죽는다
바람이 숲에서 다시 산다
바람이 숲에서 자란다
나무는 사람처럼, 서 있고
나무를 버린, 바람이
나무를 사람인 양, 지운다
/畏瞥/
<자작시 해설>
1. 들어가면서
이 시는 ‘바람’과 ‘나무’라는 오래된 자연의 비유를 빌려, 존재가 서로를 통과하며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다루고자 했습니다.
제목에 붙인 ‘회귀回歸’는 단순히 원점으로 돌아감을 뜻하기보다, 한 번 소진된 것이 다른 형식으로 다시 살아나는 순환의 윤리를 가리킵니다.
2. 시의 초반
시의 초반에서 바람은 나무에게로 달려가고, 몸을 비비며 마침내 나무를 흔듭니다. 이 장면은 다소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저는 이를 파괴라기보다 접촉과 침투의 은유로 사용했습니다. 바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존재이고, 나무는 그 흔적을 몸에 새기는 존재입니다. 흔들림은 상처이면서 동시에 성장의 조건이 됩니다.
나무가 잎을 벗는 장면에서는 상실이 중심에 놓입니다. 그러나 잎을 잃는 대신 나무는 나이테를 키웁니다. 외형을 덜어내는 과정에서 오히려 내부는 더 두터워진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는 삶에서의 결핍과 노화, 혹은 상실의 시간이 반드시 공허로만 남지 않는다는 믿음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3. 시의 중반
중반부에서 나무는 벗은 잎으로 바람을 만듭니다. 여기서 주체와 객체는 뒤바뀝니다. 처음에는 바람이 나무를 흔들었지만, 이제는 나무가 바람을 만들어 냅니다.
숲은 새를 날려 보내고, 씨앗과 바람을 함께 담습니다. 떠남과 남음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 장면에서, 숲은 하나의 거대한 기억 장치이자 순환의 그릇으로 기능합니다.
4. 시의 후반
후반부에 이르러 바람은 숲에서 죽고, 다시 태어나며, 자랍니다. 저는 바람의 ‘죽음’을 소멸이 아니라, 숲이라는 몸에 흡수되는 과정으로 그렸습니다. 바람은 숲에 스며들며 이름을 잃고, 그 안에서 다시 다른 바람으로 태어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고 싶었던 회귀의 실체입니다.
마지막 연에서 '나무는 사람처럼 서 있고, 바람은 나무를 사람인 양 지웁니다'라고 쓴 것은, 이 모든 순환 앞에서 인간 역시 예외가 아님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질서 앞에서 인간의 형상과 기억 또한 바람처럼 지워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 동시에 그 지워짐마저 또 다른 생성의 일부가 된다는 체념 섞인 수긍을 담았습니다.
5. 글을 닫으며
이 시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독자께서 바람과 나무의 자리를 바꿔 보시며 각자의 경험과 겹쳐 읽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봤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남아 있다면, 그 또한 이 시가 의도한 여백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외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