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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윤곽과 빛을 따라간 하루

플레르 드 하와이와 나의 기억

by 루미 lumie

반클리프의 신작 컬렉션,

플레르 드 하와이.


빛을 품은 듯한 보석의 꽃들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아름다움은 눈앞에 반짝이기보다,

기억 속 어딘가에 조용히 여운을 남겼다.


바람이 느릿하게 지나가던 어느 여름 오후,

문득 호놀룰루에서의 시간이 떠올랐다.

화려함이 아닌, 깊이 고인 듯한 잔잔함.

머물렀던 그 일상 속에서

내 안에 뿌리내린 감정의 리듬과 빛의 결.



아쿠아마린과 아메시스트.

이번 컬렉션은 단지 ‘꽃’의 형상만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색과 구조, 그리고 ‘간격’까지 디자인된

섬세한 조율의 결과였다.


화이트 골드 위에 세팅된 아쿠아마린은

맑고 투명한 물의 표면처럼 보였다.

빛의 층을 그대로 응축해낸 듯한 그 색은

목선을 따라 조용히 흘러내리듯 놓였다.

피부의 색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내면의 온도를 조심스레 끌어올려 주는 색.



아메시스트는 그와는 또 다른 얼굴이었다.

깊은 고요를 품은 퍼플.

옐로 골드 체인임에도 불구하고,

색의 밀도가 피부와의 이질감을 조율해 주었다.


원래 퍼플은 쿨톤 피부에 어울리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주얼리는 달랐다.


탁해지거나 둔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감정의 결을 따라

고요하게 스며드는 듯한 감각을 안겨주었다.



이 컬렉션이 아름다운 이유는,

‘과하지 않음’에서 온다.


꽃잎의 입체감,

보석의 배열,

여백을 고려한 균형.


그 어떤 요소도 과시하지 않으며

차분하게 말을 거는 듯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빛을 받았을 때만 조용히 반짝이는 그 섬세함.

그런 주얼리는 ‘눈에 띄기 위해’가 아니라,

‘기억에 남기 위해’ 선택되는 것 같다.



나는 결혼 직후 호놀룰루에 한동안 머문 적이 있다.

하와이의 일상을 살아보는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마주한 공방 가게의 수작업,

고요한 해변의 색,

꽃잎처럼 흔들리던 오후의 빛.


이 반지를 처음 본 순간,

그 기억이 조용히 되살아났다.



나에게 주얼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감정에 리듬을 부여해주는 것.

하루의 끝에서 마음을 다잡아주는 것.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의 내면에 맞닿은 색과 형상을

조용히 고르고 싶어진다.


아쿠아마린은 가벼움과 투명함을.

아메시스트는 깊이와 고요함을.


그리고 둘 다,

하와이에서 만났던

‘빛의 기억’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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