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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으로 본 펜타닐

스스로 배우는 삶의 기준

by Ella


아이와 함께 캐나다에서 살아가며, 뜻하지 않은 풍경들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캐나다에도 마약 문제가 심각합니다.
홈리스도 많고, 그들 중에는 펜타닐 중독자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자주 가는 사이언스월드(과학관) 주변에서도,
그리고 밴쿠버 다운타운의 특정 거리에서 그들과 종종 마주칩니다.


밴쿠버 다운타운 해스팅스 거리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아이는 일곱 살이었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홈리스’라는 말로는 부족했고,
그분들의 행동과 표정이 너무도 비슷했기에
단순한 홈리스가 아니라는 걸 아이도 느꼈을 겁니다.



“아저씨들 몸이 왜 저래?”라는 질문에,
“길거리 음식을 잘못 먹은 거야”라고 얼버무렸지만,
그 정도 설명으로 충분했을까…
마음 한편이 찜찜했습니다.


팀홀튼 매장 앞



밴쿠버 다운타운


한국 학교에서는 연간 필수 예방 교육이 있습니다.
마약, 학교폭력, 성 인지 감수성, 생명존중 등 다양한 사회적 위험 요소에 대해 학교에서 꼭 배우죠.


반면 캐나다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이 주로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학교에서는 주로 재난안전 교육, 특히 화재 대피와 지진 대피 훈련이 필수적으로 시행됩니다


그래서 ‘엄마표 위험한 것들에 대한 예방 교육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은 흡연과 음주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에서 유치원(어린이집) 때 자주 들은 이야기라 아이는 익숙해했습니다.


그리고 마약(Drug)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도 마약의 종류나 작용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우리가 본 펜타닐 중독자와 그 약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있었습니다.


(* 펜타닐은 의료용 진통제지만 중독성이 매우 강합니다. 중독되면 허리가 굽고 비틀거리며 정신이 흐려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렵습니다.)



아이와 나눈 대화는 이랬습니다.


제인: 엄마, 마약을 어떻게 하게 된 거야?
술이랑 달라? 어른들은 속상하면 술 마시잖아.


엄마: 맞아, 술도 기분을 풀어주기도 해.
하지만 술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어.
마약은 한 번 시작하면 계속 찾게 돼.

몸도 마음도 아프게 만들고,

결국 제대로 살아갈 수 없게 되지.


제인: 엄마, 한국에는 그런 사람이 없고

캐나다에는 왜 많은 거야?


엄마: 한국은 마약 하면 경찰이 바로 잡아가.

감옥에 가는 일이라서, 사람들이 쉽게 하지 못해


제인:캐나다는 마약 하는 사람들을 경찰이 안 잡아가?


엄마: 캐나다도 경찰이 마약 하는 사람들을 잡으려고 노력해.
그런데 마약 문제가 너무 오래되고 많고

복잡해서 모두 다 잡을 수는 없어.

또 어떤 사람들은 마약에 너무 깊이 빠져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라,
단순히 잡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그 이후로도 아이는 비 오는 날이면
“홈리스들은 어디에서 비를 피할까?”
“춥고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밥은 어떻게 먹고 다녀?” 하고 물어봅니다.


아이의 마음속에 나와 ‘다르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자라나고 있는 걸 느꼈습니다.




캐나다에서 봤던 삶에 대해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어른의 모습은, 먼 나라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2년 전, 한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과자와 사탕이 가득 든 가방을 들고
공원에서 간식을 꺼내 먹고 있었습니다.
그때 모르는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과자가 많네, 치토스 한 봉지만 줘. “ 하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드릴 수 없습니다.” 하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제인이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평소 친구들 과자까지 넉넉히 챙겨 나눠주는 걸 좋아하는, 오지랖 넓은 엄마가

왜 그 할머니에게는 차갑게 굴었는지 당황스러웠던 모양이에요.


할머니가 자리를 떠나지 않으셔서
저희는 조용히 자리를 옮겼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에게 설명했습니다.


엄마: 제인아, 제인이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저 할머니보다 연세도 더 많으시고 건강도 좋지

않으셔. 그래도 열심히 일하시고,

드시고 싶은게 있으면 본인의 돈으로 사

드시잖아. 어른이니까.

제인:

엄마: 엄마가 모르는 사람에게 가서 ‘과자 좀 주세요’. 라고 하면, 너는 어떤 생각이 드니?

제인: 그건 너무 이상하지~!


그 할머니는 그 공원에 자주 오시던 분이었고,
이곳 저곳에서 간식을 얻어 드시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쉽게 남의 것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아.

엄마가 일해서 번 돈으로 산 과자야.

그걸 그냥 주는 건 아무렇지 않은 일이 아니야.


마치 네가 열심히 한 숙제를 친구가 가져가 검사받는 것과 같다."




펜타닐 중독자들은 시간을 멈춘 듯 보였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려 약을 찾지만, 삶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의 포기한 눈빛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공원의 할머니 역시 누군가의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자신의 삶에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겉모습은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자기 삶의 무게를 남에게 맡기려는 모습이 닮아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예쁘고 아름다운 세상만 보라고

엄마인 제가 다 감춰줄 수 없기에

보이는 것들, 들리는 것들, 궁금한 세상에 대해

제가 이해한 만큼 알려줍니다.


저는 아이가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무엇은 해도 되고, 무엇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어떤 일은 노력해야 하고, 어떤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세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인아, 어떤 삶을 살지는 결국 네가 선택하는 거야.

조금 느리더라도, 남에게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걸어가보렴.


네 삶은 너의 것이고,
엄마는 그저 너의 여정을 함께 걷는 사람이란다.



엄마는 그저 너의 여정을 함께 걷는 사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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