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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보다 더 무거운 것

아이가 배우는 삶의 가치

by Ella


캐나다에서는 음료를 구입할 때 캔, 병, 우유 팩 등에 디파짓(보증금)이 붙습니다.

하나당 0.1 캐나다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0원 정도예요.


그냥 버릴 수도 있지만, ‘디포샵(Depot)’이라는 곳에 가져가면 이 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맥주병, 소주병의 공병 반환 시스템이랑 같아요.


우리동네 디포샵 가는길


한국에서 분리수거를 할 때 아이가 함께 도왔던 덕분에, 쓰레기 정리나 재활용이 무엇인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디포샵에서 캔, 페트, 종이팩 분류 중


아이에게 ‘가정 내 역할’을 맡기는 이유

저는 가정 안에서 아이가 작은 역할이라도 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있을 땐 아이가 자기 방 정리, 어린이집 마치고 오면 가방 안에 있던 급식판과 수저통 싱크대에 넣기, 현관 신발 정리 등을 맡았는데,


캐나다에 와서는 둘이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모든 일을 제가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재활용품 정리와 이불 정리를 아이의 역할로 정해주었어요. (물론, 엄마손이 두 번, 세 번 더 갈 수 있습니다. 그건 그냥 조용히 티 안 나게 도와주세요.)

이불 정리 - 가끔은 침대 위 타올로 만든 학으로 감동을 줍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어렵지는 않지만, 살짝 귀찮을 수도 있는 일이죠.
그렇다고 해도 이런 작은 역할을 가정 안에서 꾸준히 맡는 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맡은 일을 스스로 해냈을 때 아이는 성취감을 느끼고, 이어지는 부모님의 칭찬은 아이의 자존감을 더욱 높여줍니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맡으며 소속감과 자율성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어요.
자신의 맡은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해 보는 경험은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저의 더 큰 그림이 있었습니다.


아이손에 현금이 척척.


재활용품 정리, 즉 디포샵에 간 건 단순히 환경을 위한선택만은 아니었어요.


첫 번째는 낯선 캐나다 화폐에 익숙해지기 위함이었어요. 카드 결제가 많다 보니 지폐나 동전을 직접 다룰 기회가 적더라고요.

아이와 함께 화폐를 살펴보고, 거기 새겨진 인물들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돈의 크기를 익히게 하고 싶었어요.



두 번째는 노동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고 싶었어요.
자신이 열심히 일한 결과로 보상을 받는 경험을 통해, ‘일의 의미’를 배우길 바랬습니다.

디포샵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을 보며 아이도 직업에 대한 존중을 배울 수 있었으면 했고요.
처음 디포샵에 방문했을 땐 아이가 “냄새 나!” 하며 도망가서 좀 민망했지만, 그 또한 배움의 시작이었죠.


노력 없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오늘도 아이는 먹고 남은 캔을 따로 모아두고, 정리까지 스스로 해냅니다.


계산이 정확한지 매의 눈으로 살피는 중 ^^






아이에게 주는 ‘역할’은 인생의 연습입니다.

그냥 단순한 심부름 말고, 가정 안에서의 아이에게 고정된 역할을 맡기는 것.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기초를 다지는 중요한 연습이라 생각해요.

저는 그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그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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