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ge Shirt Day - Every Child Matters
이제 캐나다 학교 생활도 어느덧 2년째,
이제야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영어를 배우는 것을 넘어, 이곳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문화와 역사도 함께 배우게 되네요.
캐나다도 이 땅을 지키던 원주민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외부 세력에 의해 땅을 빼앗기고, 오랜 세월 지배를 받아야 했지요.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각종 행사나 공문서에 항상 원주민들의 영토를 빌려 쓰는 데 감사한다는 문구를 남깁니다.
우리도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매년 3월 1일이 되면 제인이와 함께 부산 동래시장에서 열리는 삼일절 재현 행사에 참여했었기에 나라를 되찾기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인이는 유관순 열사를 존경했고, 그가 순국했던 서대문 형무소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캐나다에서 원주민들의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더 깊은 공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날 이후, 제인이와 함께 다시 한국 역사책을 펼쳐보게 되었지요.
캐나다 BC주에서는 이 날을 ‘진실과 화해의 날’로 기념하며, 사람들은 오렌지색 셔츠를 입습니다.
(*주마다 국경일이 다릅니다.)
이 셔츠에는 깊은 사연이 있습니다.
원주민 어린이였던 Phyllis Webstad는 기숙학교에 입학하던 날, 할머니가 사주신 오렌지 셔츠를 입고 갔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그 셔츠를 빼앗고 교복으로 갈아입혔고, 그녀의 머리까지 자르게 했습니다.
그 셔츠는 결국 다시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캐나다의 역사 깊은 곳엔, 원주민의 아픈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건너온 이주자들은 원주민을 억압했고,
그들의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보내 원주민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심지어, 그 언어를 쓰면 학대를 받기도 했지요.
오렌지 셔츠는 2013년부터
기숙학교 생존자들과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그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를 기리기 위해 입기 시작했습니다.
셔츠에 적힌 “Every Child Matters”, 즉 “모든 아이는 소중하다”는 문장은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고, 원주민들과의 지속적인 화해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같은 역사의 아픔을 가진 우리로서는, 오렌지 셔츠 데이 이야기가 더욱 마음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학교에서도 이날을 기념하는 큰 행사가 있었습니다. 제인이는 강당 무대에 올라 전교생 앞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I matter. 나는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나는 언제나 행복하고, 나는 친절한 사람입니다.
나는 수영도 잘합니다.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직접 이 글을 쓰고,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무대에 서게 되었지요.
캐나다에 온 지 1년 만에 보여준 제인이의 성장은 놀라웠습니다.
무대 위에서 제인이가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엄마인 나는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비록 직접 볼 수 없었지만, 그 순간 제인이가 느꼈을 떨림과 용기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제인아,
오렌지 셔츠를 입은 너는, 지금 누군가의 잊힌 이름을 기억하게 해주는 사람이야.
캐나다와 한국 모두 아픈 역사가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
너의 작은 목소리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꿀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