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바람을 녹이는 영어의 온도

따뜻한 말 한마디

by Ella


“엄마! 영어는 나를 자유롭게 해, 그렇지?”


캐나다에서 지낸 지 10개월 차에 제인이가 내게 해준 말입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번쩍였어요.
아, 이제 우리가 이 먼 곳까지 온 이유를 제인이가 스스로 알게 되었구나.’

“그래 맞아, 제인아.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

영어로 말하니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잖아. 우리가 캐나다에서 살 수도 있고.”



캐나다에 오기 전, 한국에서는 제인이가 영어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학교에서는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기 어려워 답답함을 느꼈을 겁니다.

그리고 마흔 넘은 엄마가 버벅대며 영어 하는 모습을 보며 또 많은 걸 느꼈겠지요.

제인이는 이제 자유롭게 영어를 듣고 말합니다.
억양과 엑센트가 다른 다양한 영어 발음조차 다 들린답니다.
(*다양한 나라 출신의 사람들이 영어 외에 ‘패밀리 언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제인이는 영어가 편해지니 자신감이 100%로 차오른 듯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제인이가 캐나다 학교에 처음 왔을 때,
친구 두 명이 제인이의 손거울을 운동장에 숨긴 적이 있었습니다.

제인이는 눈물이 날 만큼 속상했지만, 선생님께 이 상황을 직접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반에 있던 한국인 남학생 라이언이 제인이에게 다가와 한국어로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봐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인이의 상황을 영어로 선생님께 전달해 주었죠.

아마 그 순간 제인이는 라이언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했을 겁니다.

무엇보다 그날 라이언이 썼던 영어 표현도 통째로 외웠을 것입니다.
‘아,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거구나.


언어는 그렇게, 마음 깊이 새겨지며 배워지는 것 같습니다.

(손거울 사건은 교장선생님께 인계되었고, 운동장에 숨긴 친구들은 정식으로 사과했습니다.)


캐나다에 온 지 몇 주 안 됐을 때였어요.
이곳 마트는 매번 나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계산대 점원이 꼭 “How are you today?”라고 묻는 겁니다.


“Hi”나 “Good morning”이면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왜 나의 하루를 묻는 것인지, 그때마다 나는 어색했죠.


하지만 그건 가벼운 인사였습니다.

그저 따뜻한 관심, 따뜻한 말 한마디일 뿐이었습니다.


제가 알던 ‘No problem’은 단순히 ‘문제없어요’라는 뜻일 뿐, 문법 상으로는 참 딱딱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듣는 실제“No problem”은 달랐습니다.


“Thank you”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 말은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내가 함께할게요.’라는 뜻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 나라의 문화도 언어처럼 참 따뜻합니다.

누군가 뒤따라오면 문을 꼭 잡아주는 문화가 자연스럽습니다.


뒷 사람이 들어올때까지 문을 잡아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어디서든 VIP 대접을 받습니다.

마트 계산대에서는 제인이게 스티커를 건네고,

때로는 마트 안에 무료 어린이 과일 코너도 있습니다.


캐나다 마트


코스트코 영수증 뒤에 제인이를 위한 스마일을 그려주심 ^^


식당에서는 아이들에게 색연필과 종이를 내줍니다.

‘조용히 해!’가 아니라
‘여기서 마음껏 놀아도 좋아.’


아이를 배려하는 이 사회의 시선이, 나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런 문화 속에서 제인이는 자라납니다.


그들에게 아이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고,
어른은 그 행복을 지켜주는 사람입니다.

제인이가 Street artist에게 Jane 써달라니까 바로 OK!! 하심 ^^


영어가 가르쳐 준 건,
말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마음을 잇는 따뜻한 문화의 언어라는 점.


제인이는 그걸 몸으로 느끼며 배우고 있습니다.
영어가 제인이에게 날개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인이만의 따뜻한 세상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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