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을 사랑하는 법

누군가에게 나의 팔을 내밀 수 있다는 건,

by Ella




이 자세, 아시나요?



오늘은 이 따뜻한 도움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집 근처 수영장에는 자주 오는 백인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할아버지는 반쪽 몸에 마비가 와서 한쪽 몸만 움직일 수 있어요.

깊은 풀에서 온탕으로 이동할 때, 할아버지는 늘 라이프가드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누구든지 달려가서 도움을 줍니다.


“The lifeguard is busy right now, so I’ll help you. Grab here.”


한 여자분이 자신의 팔꿈치 아래를 살짝 내밀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조심스레 그 팔을 붙잡았습니다.

그 짧은 순간,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미소를 지었습니다.


백인 할머니든, 아시아 아저씨든, 흑인 소녀든 상관없습니다.
그냥 누가 보이면 돕습니다.

제인이의 그림


제인이가 그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제인이 눈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아주머니가 빛이 나나 봅니다. 그리고 모두가 웃고 있었어요.


도와주는 사람도, 도움받는 사람도 그저 자연스러웠죠.

캐나다에서는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도 친구를 돕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라, 그냥 ‘일상’이거든요.

도움을 준다는 표현조차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 캐나다 학교도 학급마다 1~2명 정도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있고, 그 친구들에게는 1명의 도우미 선생님이 붙어 다닙니다. 1 학생 1 특수 도우미 선생님 체제입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도우미 교사 없이 특수교사 1명이 5명의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책임지는 것과 비교하면, 캐나다는 교육 복지가 아주 아주 좋은 편입니다.


소풍을 가는 날에도 반학급 모두 함께 움직이며, 도우미 선생님도 함께 갑니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는 도우미 선생님만 짝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그룹을 이루어 활동합니다.


친구들은 이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친구의 양쪽으로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으며, 자신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게 챙겨줍니다.
도움 주는 아이도, 그를 바라보는 아이도, 모두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도우미 선생님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만의 선생님이 아니라, 그들 모두가 어울려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친구들이 제어할 수 없을 만큼 과잉 행동을 할 때는 도우미 선생님이 직접 개입합니다.


어릴 때부터 다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
모두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며 저는 선진국의 품격을 실감하게 됩니다.


7월 1일 캐나다 데이, 제인이와 함께 불꽃놀이를 보러 갔습니다.

사람들은 정말 많았지만, 한국과 다른 점은 이 큰 행사에도 수백 명 수천 명이 몰려들어도 진행 요원 없이 질서 정연하게 흘러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틈이 보여도 함부로 끼어드는 사람은 없고,
모르는 사람의 몸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습니다.


덕분에 천천히 걸으며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를 할 수 있습니다.


불꽃놀이가 끝난 후, 턱이 높은 길을 올라가는데 제인이를 먼저 올려 보낸 뒤 저도 힘겹게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조용히 다가와
“Hold my arm. Use this to come up safely.”라고 하며 팔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짠 하고 나타난 슈퍼맨 아저씨 덕에 이 무거운 몸도 날렵하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아직 저에게는 누군가를 선뜻 도와주는 일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먼저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인이도 친구들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인아.

누군가에게 ‘덕분에’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 ‘때문에’가 아니라,

너 덕분에 도움이 되었어.

너 덕분에 해결이 되었어.
너 덕분에 배우게 되었어.


그런 말을 듣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


제인아,
너 덕분에 엄마가 되었고,
너 덕분에 오늘 하루도 특별해졌단다.


엄마는 너 덕분에,
매일 하루를 선물처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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