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학생을 대하는 두 나라의 방식
캐나다에서 처음 접한 교육 시스템에서 가장 놀라웠던부분 중 하나는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지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한국은 의무 교육 과정이라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꼭 학교에 다녀야 합니다. 유학을 가거나 홈스쿨링을 시키지 않는 한, 학생들은 무조건 학교에 등교해야 합니다. 심지어 아픈 아이들조차 병원학교라는 제도를 통해 교육의 기회를 갖게 되며, 이는 정말 좋은 취지입니다.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바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가치가 반영된 것이니까요.
하지만 의무교육 체제 아래에서는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해 학교가 취할 수 있는 대응이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반복적으로 다른 아이를 괴롭히거나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에도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 행복추구권 등 다양한 권리가 우선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이 있을 경우, 교사는 그 학생을 훈육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절대 방치하지는 않습니다. 한 학생에게 온 에너지를 다 쏟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한 명의 행동이 다른 학생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반복적으로 영향을 받는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은 분명히 침해받고 있으니까요.교사가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제인이가 다니는 학교에도 결국 ‘등교 정지’를 당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1학년이었는데, 옆반과 합반 수업을 함께하던 아이였습니다. 늘 친구를 괴롭히고, 계단에서 밀기도 하고, 교실에서는 교사의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다 쓰곤 했지요. 제인이는 늘 의아해했습니다.
“왜 남의 물건을 허락도 없이 쓰는 거지?”
제인이는 같은 모둠이 되는 것조차 싫어했습니다. 그 아이 때문에 제인이 얼굴에 상처를 입고 오는 날도 있었으니까요. 학교 단체 사진을 찍는 날, 제인이의 목걸이를 가위로 잘라 버리거나, 다른 여학생의 블라우스를 가위로 찢어놓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제인이는 내가 걱정할까 봐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저는 도저히 괜찮지가 않았습니다. 그래도 참아야겠죠. 이미 제가 알기 전에 처벌은 교장선생님이 하셨으니까요.
그 아이는 자주 교장실로 불려 갔습니다. 부모가 와서 데려가는 날이 많았고, 매일 지각하기 일쑤였으며, 점심을 먹기도 전에 하교 조치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아예 이주일 동안 학교에서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제야 캐나다 학교의 단호한 방식을 실감했습니다.
캐나다의 문제 학생 처리 방식은 다릅니다. 캐나다 교육의 핵심은 성적이나 공부가 아니라, ‘내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집중합니다.
즉, 학생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지를 교육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런 철학 아래,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할 경우, 전체의 안전을 위해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집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러한 조치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심지어 1학년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주 등교 정지 조치가 내려지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아직 어려서 모르니까’라는 말은 캐나다 학교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배우는 교육은 아주 어릴때부터 시작되니까요.
예를 들어, 갑작스레 화재가 나거나 지진이 났을 비상 상황에서 학생이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모든 이가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 한 명이라도 교사 지도에 대한 불응에 빠르게 처벌이 이루어집니다.
1단계 1:1 훈육 – 담임교사가 학생을 복도로 데려가 대화를 나누며 지도를 합니다.
2단계 타임아웃 – 수업 및 놀이 활동에서 제외되어 복도에서 반성의 시간을 가집니다. (*타임아웃 -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게 일시적으로 활동에서 제외시키는 교육 활동의 방식)
3단계 교장개입 – 반복되는 문제 행동은 교장이 직접 개입하고, 교장이 지도하며, 필요시 학부모를 불러 귀가 조치를 내립니다.
4단계 등교 정지 – 상황이 심각하거나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교내 회의를 통해 등교 정지 조치를 내리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 학부모가 회의에 참석할 때도 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교사 또는 관리자가 이 보고서를 작성해 관련 내용을 기록하고, 이메일로 보호자에게 전달됩니다
또한 이 내용들은 학생 관리 시스템(한국의 나이스 개념)에 정식 문서로 업로드됩니다.
그날 있었던 아이의 행동 하나가 하루 안에 문서가 되고 기록이 됩니다. 이곳에선 말로 혼내는 것보다, 차분한 기록과 조치로 가정에서 부모가 적극적으로 자녀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한국식 사고로 보면 학교에서의 대처가 엄격하고 얄짤없는 방식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처럼 단순히 혼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 행동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공유함으로써 학생과 부모가 스스로의 행동을 되돌아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물론 캐나다 학교의 방식이 모두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단호하거나, 아이가 정서적으로 위축될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빠르게 드러내고, 공동체 전체의 조화를 우선에 두며 해법을 찾아가는 그들의 태도는 분명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아이의 문제 행동’을 교사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아이의 성장은 학교만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며, 학교가 그 역할을 온전히 감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에 대한 신뢰와, 학교 안팎에서 함께 협력하려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의무교육’이라는 말이 곧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의무교육 대상자가 특별한 사유 없이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행정적인 제재가 따르기도 합니다.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은 어떤 문제 행동을 하더라도 학교에서 퇴학을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학교는 퇴학 대신 전학, 특별교육 이수, 학교 내 징계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학교폭력으로 인한 처분이 아니라면 이러한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은 이런 조치들이 교육보다는 처벌의 의미가 강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캐나다는 ‘학교’가 아니라 ‘교육’이 의무라는 점.
비슷한 표현 같지만, 분명히 다릅니다.
제가 살고 있는 BC주의 경우는 만 5세부터 16세까지는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학교에 다니는 것도 방법이지만, 홈스쿨링이나 공인된 대안 프로그램, 온라인 교육 등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즉, ‘학교 출석 여부’가 아니라, ‘아이에게 교육이 제공되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캐나다는 다양한 교육 방식이 공존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각 가정의 교육관, 문화나 환경을 존중하는 분위기입니다.
캐나다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조치로 등교 정지나 퇴학 같은 제도도 있습니다. 퇴학 조치가 내려진 경우에도 아이에게는 반드시 다른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여하튼 공동체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등교 정지나 퇴학이 처벌의 개념보다는 다른 방식으로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도 의무교육은 단지 부모의 책임이 아니라, 아이가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캐나다의 교육 시스템은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아이의 성적이나 성취보다도, ‘어떤 사람으로 자라는가’에 대한 질문이 교육의 중심에 있는 것이죠.
제 아이는,
어느 곳, 어떤 학교에 다니든
공부가 1등인 것보다
친구를 1등으로 도와주는 아이였으면 합니다.
상장이 많기보다
친구가 많은 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먼저 잡고
자신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엄마의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