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학교 - 자신감 뿜뿜
캐나다에서 학교는 제인이가 가고 싶은 곳입니다.
쉬는 날이면 “학교에 가고 싶다”라고 말할 만큼, 친구도 있고, 행사도 많아 학교 가는 날이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한국보다 손이 훨씬 더 많이 갑니다. 매일 스낵타임 도시락과 점심 도시락을 챙기고, 각종 행사 준비물까지 챙기느라 캐나다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저에게는 매일이 바쁜 숙제와 같습니다.
그럼에도 제인이와 함께 “뭘 챙겨갈까?”, “학교에서 무엇을 했어? “”누구와 활동했어?”… …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9월
- Orange T-Shirt Day: 원주민 화해의 의미를 배우며 주황색 티셔츠 착용 (23화 이야기)
- Terry Fox Run Day: Terry Fox의 삶을 되돌아보며 아픈 친구들을 돕는 마라톤 참여
- Movie Night과 BBQ Day에는 학부모회가 행사를 공식적으로 열고 주관합니다. 즉, 행사에 대한 전체 책임을 지면서 동시에 진행과 운영도 직접 맡아 진행합니다. 저녁시간 진행되는 이 행사는 신청한 가족이 함께 학교에서 영화도 보고, 바비큐 파티에도 참여하게 됩니다. 학교가 단순한 배움터를 넘어 커뮤니티의 장임을 새삼 느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교 행사에서 학부모가 주최적으로 참여하며 교사, 학생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습니다. 방과후 학교 행사를 교사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며, 참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교사들은 교육 본연의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학교 행사의 책임이 교사에게 무겁게 쏠리고, 이후 각종 민원 문제 때문에 행사를 진행하기 쉽지 않습니다. 캐나다 학교를 보며 “언제쯤 우리도 이런 신뢰와 협력 속에서 학교와 함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월
10월은 Thanksgiving(추수감사절)와 핼러윈이 있는 달이라 한 달 내내 축제 분위기입니다.
- Hallowe’en Howl은 학교 일부를 귀신의 집처럼 꾸미고, 강당에서는 댄스파티가 이루어집니다. 티켓을 구입한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행사의 주최는 학부모회이며, 학교를 꾸미고, 각종 이벤트와 먹거리 준비도 학부모회에서 진행합니다. (27화 이야기)
- Halloween Day에는 교장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전교생이 코스튬을 입고 학교에 등교합니다.
제인이가 한국에 있었으면 유치하다고 안 입을 코스튬입니다.
이제 캐나다의 10월 제인이가 손꼽아 기다리는 달이 되었습니다.
내년 코스튬은 아바타를 하고 싶다네요.
11월, 12월
- Remembrance Day 현충일입니다. 학교도 추모 행사에 참여하며 감사와 평화의 의미를 배웁니다.
- Jingle Bell Walk에서는 학교 이웃들 집에서 기부품을 학생들이 직접 수거해 필요한 곳으로 전달하며 작은 나눔의 즐거움을 배우는 교육활동입니다.
- Holiday Concert에서는 학급별 합창 발표회가 있습니다.
- Pajama Day 교장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전교생이 파자마를 입고 영화도 보고,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그렇게 2주간의 Winter Break가 시작되었습니다.
1월, 2월
- 100 Days of School에는 100세 분장을 하고, 내가 100살이 된다면에 대해 적어도 보고 발표하는 날입니다.
- Pink Shirt Day에는 핑크색 옷을 입고 학교폭력 예방의 의미를 배웁니다.
- Snow Play Day 눈 오는 날이 되면 아이들이 모두 학교로 썰매를 가지고 갑니다. 친구들과 신나게 썰매 타는 학교생활 상상이 되시나요?
스피릿 위크 (제인이 학교만의 행사주간)
월요일 – Twin Monday: 친구와 똑같은 옷을 입고 가는 날.
화요일 – Anything but a Backpack Day: 책가방 대신 다른 곳에 물건 담아가는 날.
수요일 – Colour-Wearing Wednesday: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아하는 색 옷 입고 가는 날.
목요일 – Throwback Thursday: 옛날 패션을 입고 학교 가는 날.
금요일 – Fun Hat Day: 재미있는 모자를 쓰고 등교하는 날.
비가 오는 지루한 날들 속(밴쿠버는 우기가 길어요)에도 학교 가는 길에 즐거움을 더해 주는 주간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친구들을 알게 되며, 자존감을 높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자신이 준비한 의상을 소개하는 시간도 포함되겠지요.
하지만 준비가 어렵거나 마음이 내키지 않는 날에는 참여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누구도 눈치 주지 않아요. 아이들은 주눅 들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2학기가 끝나고 2주간의 Spring Break가 시작되었습니다.
4월, 5월, 6월
- Conference Day 캐나다식 수업 공개의 날. (10화 이야기)
- Sports Day 전교생 모두가 참여하는 스포츠 데이입니다. (12화 이야기)
- Class Photo Day에는 학년을 함께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한 학년이 끝나면 2개월간의 Summer Break가 시작됩니다.
한국 학교는 학년별 초등 교육과정에 따라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학습이 체계적으로 진행됩니다.
반면 캐나다 학교는 교과서 없이, 교사가 100% 구성하는 교육과정으로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같은 학년이라도 반마다 학습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담임교사의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단점은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살펴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정해진 행사도 많고, 조금 공부를 못한다고 비교되거나 눈치 받는 일이 없으므로, 한국처럼 긴장된 분위기와 달리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즉, 경쟁보다 배움과 경험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입니다.
한국에서는 학교를 마친 뒤에도 학원을 다니며 학습을 보충하지만, 사실 캐나다도 예외는 아닙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업 난이도와 학습 과정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학습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개인 교습(사교육)을 받기도 합니다.
제인이가 학교에서 책을 틀리게 읽거나 단어를 잘못 쓰더라도, 누구도 제인이를 무안하게 하지 않습니다. 틀린 부분은 바로잡아 주지만, 잘하는 부분의 칭찬을 덧붙여 줍니다. 못해도 아이들의 자존감이 높아지겠지요? 캐나다 학교에서는 칭찬이 기본값입니다.
또래와 경쟁시키거나 서열화하지 않습니다. 모두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르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우죠. 덕분에 제인이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총 3번의 방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선생님으로부터 3번의 성적표를 받게 됩니다.
캐나다 초등학교에서 성적표를 받는 이유는 단순히 점수로 학생을 평가하거나 친구들과 비교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성적표는 아이의 잘하는 점과 더 성장해야 하는 점을 보여주는 안내서 역할을 합니다.
과목별 4단계(Extending, Proficient, Developing, Emerging)로 성취 수준을 구분해, 부모와 학생 모두가 현재 학습 상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성적표에는 교사가 수업과 활동 속에서 관찰한 내용이 서술 형식으로 적혀 있어, 학습 태도, 참여도, 협동심, 발표력 등 정성적 평가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이를 바탕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지원을 계획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은 개인 과외를 통해 보충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캐나다 성적표의 목적은 비교와 경쟁이 아니라, 아이가 성장하고 배우는 과정을 이해하고 돕는 것에 있습니다.
틀려도 겁내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속도로 배우고 표현하는 제인의 자신감은 학교생활을 즐겁게 만드는 가장 큰 힘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저는 아이가 자신의 길을 믿고 즐겁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한국은 똑같은 교육과정, 그리고 비슷한 학원을 다닙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제가 한국 학교에서 근무할 때 학부모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학교에서 1등을 한다고 해서, 그 아이가 인생에서도 1등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를 배우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듣기 1등이나 학교 성적 상위권을 목표로 한다면, 한국에서 학원을 다니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목표는 다릅니다.
제인이가 어느 세상에 던져져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 누구와도 자유롭게 대화할 자신감, 하고 싶은 일을 어디서든 실현할 힘을 기르는 것이죠.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제인이가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이것이 제가 부모로서 제인에게 해줄 수 있는 저만의 교육 목표입니다.
“ 제인아,
매일매일이 즐겁다면,
1등이 아니라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