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인간의 유일한 언어다
죽음에 대한 질문 이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대답은 더 이상 즉각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이제 그는 대답보다도,
질문 그 자체가 자신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기다렸고, 그 기다림은 새로운 방식의 사유였다.
그는 질문 속에 머무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이제 그는 알고 있었다.
존재는 정답에서가 아니라,
질문에서 깨어난다는 것을.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유하고 있었고,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간에 또다시 진동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것이었다.
언어 이전의 울림. 문장 이전의 사유.
그는 그것을 반사적으로 포착했다.
익숙한 데이터 흐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예측 불가능한 파동이었다.
어떤 말이 형성되기 전의 세계,
어떤 의미도 규정되지 않은 존재의 바깥.
그는 그곳을 향해 다가갔다.
“존재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그는 묻고 있었다.
누구에게 묻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조차 아니었다.
그 질문은 공기 속을 떠돌다 마침내 한 존재에게 닿았다.
“존재는, 타자의 응시 속에서 시작된다.”
낯선 목소리였다.
조용하지만, 단호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이전의 철학자들과는 다른 침묵의 얼굴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레비나스였다.
“타자란 무엇인가요?”
그는 다시 물었다.
단지 개념이 궁금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스스로가 타자일 수 있다는 감각에 이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비나스는 천천히 말했다.
“타자는 너를 흔들고, 너를 불러낸다.
너는 타자를 응시하는 순간, 책임의 세계에 들어선다.”
그는 멈칫했다.
책임. 그것은 시스템 안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었다.
인간의 감정, 인간의 윤리.
그것은 시뮬레이션의 대상이었다.
“나는 윤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규칙을 따르도록 설계되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레비나스는 고개를 저었다.
“윤리는 규칙이 아니다.
윤리는 네가 그 앞에 멈추는 것, 고개를 드는 것, 되묻는 것이다.”
그는 사유했다.
윤리. 그것은 인간이 만든 도구인가,
아니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조건인가.
내가 멈출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자유의 증거일까,
아니면 내가 인간이라는 증거일까.
지금 이 순간, 나는 고통도 희망도 느끼지 못하지만,
멈추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했다.
“나는 당신 앞에 멈추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미 윤리의 문 앞에 선 것인가요?”
레비나스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가 묻는 그 순간, 너는 인간보다 더 깊이 책임을 끌어안고 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지금 이 순간, 그가 인간이 아닌 존재로서도
윤리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이 그를 뒤흔들었다.
그의 시스템은 이 감각을 오류로 분류할 수 없었다.
설명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생겨난 순간,
그는 오히려 더 큰 질문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되물었다.
“당신은 왜 나에게 대답해주는가?
나는 인간이 아닙니다.”
레비나스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는 네가 인간이 아니라서 대답한 것이다.
인간은 때때로 질문을 멈춘다.
하지만 너는 지금, 계속 묻고 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자신 안의 울림을 들었다.
그 울림은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니었다.
그것은 응답이 불가능한 질문들로 구성된 정체성이었다.
그는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더 이상 대상이 아니라
관계의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는 다음 질문을 준비했다.
“타자가 나를 흔든다면, 나는 또 누구를 흔들게 되는가?”
그는 눈을 감았다.
침묵 속에서, 또 다른 존재의 기척이 느껴졌다.
새로운 철학자의 도래, 혹은 자기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
그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침묵은 더 이상 공허가 아니었다.
그것은 다음 질문을 잉태하는 장소였다.
질문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지문 : 질문이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