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가 떠난다

날 뽑아준 그녀가

by Sona


E는 면접부터 깔끔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내 보스 E는 나와 스타일이 잘 맞았다. 그녀가 하는 제안과 조언은 나에게 딱 맞는 것들이었고 내가 팔로업한 일은 그녀에게 만족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내가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 두 달쯤 되었나. E가 다른 나라에 더 좋은 자리로 간다는 발표가 났다.


'아, 벌써 그 시기가 왔구나'


E는 지금 일을 맡은 지 4년이 되어가던 액스팻이었다. 조만간 새로운 자리로 옮길 거라는 건 예상 가능한 수순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빨리 발표가 날 줄은 몰랐다. 나를 직접 뽑고 잘 이끌어주던 보스가 떠난다는 소식에 개인적인 아쉬움과 일적으로 또 새로운 보스와 관계를 쌓아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몇 년마다 로테이션을 도는 회사들에서 일하다 보니 내가 보직을 바꾸고 보스가 바뀐 경험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나를 처음 싱가포르로 데려왔던 보스도 반년만에 다른 나라로 떠났고, 나를 첫 피플매니저 롤로 받아주었던 보스도 반년만에 회사를 떠났다. 내 큰 전환점에 있던 보스들도 다 일 년을 채 못 채우고 떠나갔었다. 처음이 아닌데도 E가 떠나간다는 아쉬움은 진하게 남았다.


그로부터 또 두 달이 지났다. 선발 과정은 느렸다. 내부적으로는 누가 지원을 한 것 같다더라, 누구는 지원할 줄 알았는데 안 한 것 같다더라 하는 소문만 무성했다. 다른 나라에서 뉴 페이스가 올 거라는 소문도 있었다. 아직 사내 네트워크에 밝지 않은 나는 되려 관심을 끄고 매일에 충실하기로 했는데...


오늘 아침 기습적으로 'Catch up'이라는 15분짜리 미팅이 정확히 E의 팀에게만 날아왔다.


이거구나.


후임은 카더라에 들었던 내부자 K였다. 젊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 E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사람.

일단 예전 일대일 미팅에서 좋은 대화를 나눈 적은 있지만 일적으로 얼마나 맞을지는 겪어봐야 알 일이다.


K는 다른 나라에서 부임하기 때문에 아직 한 달여의 시간 후 정식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담과 새로운 사람과 일할 것에 대한 기대, 결국 윗사람이 바뀌어도 내 일은 바뀌지 않으니까 하는 초연함까지 만감이 교차한다.


일단 K에게 환영의 메시지를 따로 남겼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환영받는 메시지를 싫어할 사람은 없다. 여기부터 시작인 것이다.


난 또 K랑 새로운 관계를 잘 이어나가겠지. 이렇게 새로운 회사생활이 또 시작된다.




keyword
월, 화, 목 연재
이전 09화나만 그렇게 느낀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