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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이 누군가의 버킷리스트라면?

나의 꿈 또한 누군가의 일상이라는 것을

by 장이엘
20220914_165031.jpg Edinburgh Castle

한국은 김치가 흔하다.

직접 만들지 않아도, 마트에 가면

쉽게 살 수 있고,

심지어 당일배송도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김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마켓에서 구할 수 있지만

맛과 가격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김치는 생각보다 귀하게 여겨지고,

좋은 대접을 받는다.


유럽과 미국 슈퍼의 식료품, 생활용품

동남아의 망고스틴 같은 과일은

한국에 넘어오는 순간 가격이 두 배가 된다.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느낌,

그리고 희소성의 가치가 더해져

몸값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인천행 비행을 하면,

가끔 외국인 승무원들의

가이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명동, 올리브영, 이마트가

그들의 주요 코스였다.

김밥천국, 해장국, 순댓국 같은 간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치맥과 닭갈비를 먹고,

올리브영에서 마스크팩을 잔뜩 사간다.

그리고 저녁에는 이마트에서 한국 생필품을

캐리어 한가득 담아 돌아간다.


그들에게는 이게 '해외여행'이다.

우리가 지루해하는 이마트와 올리브영이

누군가에게는 꿈같은 휴가인 것이다.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로마의 자니콜로 언덕은

이탈리아 현지인에게는 평범한 산책 코스이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성당은

현지인에게는 출근길에 지나치는 배경일뿐이다.


비행기에서 BTS 쿠션을 안고 있던

귀여운 호주 할머니는

'한국여행'이라는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드디어 이뤘다며 소녀같이 행복해했다.


호주 여행책을 정독하던 학생은

골드코스트에서 서핑을 하는 버킷리스트를

드디어 이루게 되었다며 뿌듯해했다.


사람들은 늘 자기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한다.

어디를 여행하든, 어떤 도시에 살든,

어떤 음식을 먹든, 어떤 옷을 입고 있든,

우리의 눈은 늘 멀리 있는 것에 목말라한다.


가끔은 기분 전환을 위해 새로운 곳을 찾고,

열심히 일하고 잠시 숨을 고르듯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누리는 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매일의 삶을 지옥이라고 생각하며,

잠깐의 휴가에 모든 기대와 희망을 걸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그곳이 천국일 거라고 믿으며,

현재에는 아무 의미를 두지 않고 사는 사람들.


Wherever you go, there you are

"어디를 가든, 그곳에는 너 자신이 있다."


도망쳐서 간 곳에 천국은 없고,

새로운 곳에 가더라도 나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행복도 오지 않는다.

결국 어디를 가더라도,

다시금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지금 내 마음이 평온하지 않으면,

어디서든 똑같이 공허할 뿐이다.

휴가는 반짝이는 찰나의 순간일 뿐,

내 삶의 균형을 채울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매일 딛고 사는 이 자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채워나가느냐 이다.


아무리 평범해 보여도,

그 속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나만의 속도로 걸어갈 수 있다면

그 하루하루가

내가 찾던 '여행'이자 '휴가'일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들 때까지,

매일의 숨결 속에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들이

곧 인생이라는 긴 여행이 된다.


나는 오늘도 나의 일상들을

조금 더 소중히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나의 지루해 보이는 이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원하는 화려한 휴가 일 수 있으니.


그렇게 오늘도 내 하루를, 내 호흡을, 내 일상을

소중히 채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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