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CCTV와 실명제, 안전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 높은 치안과 낮은 프라이버시의 공존

by Jin Yang

외국인 친구가 밤늦게 산책을 다녀온 뒤 이렇게 말했다.

“여긴 진짜 안전한 나라야. 밤 11시에 혼자 걸어도 무섭지가 않아.”


그리고 곧 이어진 질문.

“근데 어떻게 이게 가능해? 거리에 사람도 거의 없던데?”

나는 자연스럽게 “CCTV가 많잖아”라고 답했고,

친구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그럼 누가 다 보고 있어?”


맞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CCTV 밀집 국가다.

학교, 아파트, 골목, 지하철, 엘리베이터, 상점, 놀이터—

사람이 다니는 거의 모든 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이 수많은 ‘눈’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이 모든 기록이 어디까지 감시이고 어디까지 보호인지

경계는 모호하다.


한국 드라마는 이 양면성을 잘 포착해낸다.

특히 범죄, 수사, 스릴러 장르에서는

CCTV가 중요한 단서이자 반전의 열쇠로 자주 등장한다.


예컨대 《시그널》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무전을 통해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 단서는 종종 오래된 CCTV 영상이다.

흐릿한 영상 속 실루엣, 짧은 움직임,

정지된 프레임 하나가 진실을 밝혀내는 열쇠가 된다.


또 다른 예로 《비밀의 숲》에서는

검찰과 경찰, 권력기관 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정보와 감시 체계가 어떻게 권력화되는지를 날카롭게 짚는다.

CCTV는 때로 정의의 도구가 되지만,

때로는 정보 독점과 조작의 수단으로 변질된다.

누가 보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영상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이런 감시는 현실 속 ‘실명제 문화’와도 연결된다.

한국은 대부분의 온라인 활동에서

휴대폰 본인 인증이나 실명 로그인을 요구한다.

인터넷 포털, 커뮤니티, 공공기관 사이트, 심지어 댓글 작성까지.

익명성은 철저히 제한되고,

개인의 흔적은 쉽게 추적 가능하다.


드라마 《유령(Ghost)》은 이 디지털 감시의 위험성을 다룬다.

익명 댓글로 한 사람의 삶이 파괴되고,

그 흔적을 추적하는 수사 과정은

‘인터넷에서의 흔적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실명제는 익명 악플과 범죄를 줄이는 방편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자유를 억제하는 이중적인 장치로 작동한다.


외국인 친구는 다시 물었다.

“이렇게 감시가 많은데, 사람들이 별로 불만은 없어 보여?”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여기선 ‘안전’이 ‘프라이버시’보다 더 중요한 가치일 때가 많아.”

실제로 한국 사회에는

“문제 생기면 CCTV 돌려보면 되잖아”,

“카메라 덕분에 범죄자 잡았다”는 식의 반응이 흔하다.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한 1인 가구 증가,

청소년 범죄, 묻지마 범죄 사건 등을 겪으며

‘감시’는 불편하지만 안심을 주는 장치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고 모두가 이 시스템을 무조건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는 이 감시 시스템에 대한 경계심과 회의감도 함께 다룬다.


한편 《왓쳐》는 ‘감시’ 그 자체에 대한 불신을 다룬다.

CCTV는 범죄 해결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권력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위험한 도구’로서의 면모도 지닌다.

누가, 무엇을 위해 보는가?

이 질문은 단지 픽션의 소재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나의 해방일지》는 이러한 시스템 중심 사회와는 거리가 있다.

소도시를 배경으로, CCTV보다 더 예리한 ‘이웃의 시선’이

사람들을 감싸고 감시한다.

누가 언제 들어왔고, 어떤 옷을 입었고, 누굴 만났는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려지는 분위기.

그 속에서 느끼는 숨 막힘과 동시에 느끼는 온기,

그것은 디지털 감시가 아닌 ‘관계로 인한 감시’다.


결국, 한국 드라마 속 CCTV와 실명제는

높은 치안과 낮은 프라이버시 사이에서

사회가 만들어낸 균형의 초상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보호막이지만,

누군가에겐 불편한 족쇄다.

중요한 건 시스템의 완벽함이 아니라,

그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균형을 잡고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카메라를 피해 달아나고,

어떤 사람은 카메라 안에서 진실을 찾는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한국 사회는 오늘도 감시와 신뢰,

안전과 자유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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