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 표현이다

— 감정의 직접 표현 대신 울음으로 전하는 메시지

by Jin Yang

외국인 친구가 어느 날 진지하게 물었다.

“왜 한국 드라마는 그렇게 자주 울어? 꼭 한 회에 한 번은 누가 울더라.”

그는 감정 표현에 솔직한 유럽 문화에서 자랐지만,

울음은 약자의 표시처럼 여기는 분위기였기에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이 깊이 울어버리는 장면들이 과장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눈물은 단지 슬픔의 표현이 아니다.

그건 말로 꺼내지 못한 감정의 해방이고,

억눌려온 마음이 조용히 터져 나오는 방식이며,

체면과 절제를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오히려 가장 솔직하고 정직한 감정 표현일 수 있다.


《나의 아저씨》의 주인공 이지안(아이유)은 말수가 적고, 언제나 무표정하다.

하지만 그녀는 누군가의 다정한 말 한마디 앞에서

참아왔던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은 단순한 감정 폭발이 아니라

긴 시간 버티고 쌓여온 상처가 흘러나오는 ‘표현’ 그 자체다.

시청자는 그 눈물을 통해 이지안이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처음으로 온전히 느낀다.

한국 드라마는 종종 대사보다 눈물로 설명한다.

말로 사과하지 않아도 눈물을 흘리면 용서가 된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눈물이 흐르면 진심이 느껴진다.

눈물은 관계를 회복시키는 매개체가 되고,

때론 한 인간의 진심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된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자극적 서사 없이도

꾸준히 눈물을 유도하는 드라마다.

제주도의 평범한 사람들, 가족 간의 갈등,

부모가 자식을 향해 가지는 미안함과 후회가

조용히 쌓여 있다가 어느 순간 눈물로 흘러나온다.

이 드라마는 ‘조용한 눈물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남들과 다르다.

하지만 그녀 역시 억울함이나 슬픔을 느낄 때 울음을 참지 않는다.

그 모습은 장애가 있는 인물의 감정 표현을 넘어,

‘울음이 약함이 아니라 정직함’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시청자들은 그녀의 눈물을 통해

사회가 강요한 기준과 개인의 감정 사이의 간극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미생》에서 장그래는

입사 후 끊임없는 무시와 외면, 부당함 속에서 버티다

결국 선배의 진심 어린 말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그 장면은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오래된 통념을 뒤엎으며,

눈물의 순간이 곧 변화의 계기이자 인간적인 유대의 시작임을 보여준다.


외국인 친구는 한국 드라마를 여럿 본 뒤

이제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이번엔 울지 말아야지 했는데, 또 울었어.”

그는 눈물이 약점이 아니라 감정의 통로라는 것을,

그리고 울음이야말로 한국 드라마의 핵심 언어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눈물은 감정의 폭발인 동시에

말로는 닿지 않는 마음의 신호다.

드라마는 그 눈물을 통해

사과, 고백, 이해, 위로를 모두 전달한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함께 운다.

그 울음은 주인공의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의 것이기도 하다.

억눌러온 감정이 드라마 속 눈물과 맞닿을 때,

우리는 ‘이해받았다’는 감정을 비로소 느낀다.


다음번에 드라마 속 인물이 조용히 울고 있는 장면을 본다면,

이제는 단순히 “슬프구나” 하고 넘기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눈물은 백 마디 말보다 깊고 정확하게

한국인의 감정 세계를 말하고 있으니까.

그것이 바로 한국식 감정 표현의 진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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