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인을 산 게 아니라, 기대와 불안을 샀다
친구가 말했다.
“요즘 비트코인 다시 오르더라.”
그 말 한마디에 나는
한참 잊고 있던 코인 지갑을 다시 열었다.
그래프는 여전히 급하고,
숫자는 분 단위로 변했고,
내 마음은…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날
비트코인을 ‘투자’라기보단
‘무언가 하고 있다는 증명’으로 다시 사고 있었다.
코인 앱을 열 때마다
익숙한 붉은 선과 푸른 선이 번갈아 내 시선을 잡았다.
+3%, -2%, +8%, -5%…
처음엔 수익률을 봤고,
곧이어는 다른 사람의 수익을 봤고,
결국엔 내 선택이 맞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었다.
수익이 나면 욕심이 커졌고,
손실이 나면 자존감이 줄었다.
그건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감정의 파도에 올라탄 내 마음이 문제였다.
비트코인 자체는 어떤 판단도 하지 않았다.
상승도, 하락도, 이유 없이 반복됐다.
문제는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이
늘 확신과 회의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는 것.
“이걸 더 사야 하나,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왜 다들 돈을 버는데 나만 제자리일까”
“혹시 이것도 또 하나의 유행은 아닐까”
내가 쌓은 건 자산이 아니라
감정의 무게였다.
그래프보다 먼저 흔들린 건 내 생각과 태도였다.
투자는 감정보다 구조가 필요하다고 믿게 됐다.
그래서 나는 코인을 더 이상 ‘타이밍’으로 보지 않고
루틴으로 묶어내기로 했다.
일정 비율만 자산에 편입 (5~10%)
정해진 요일에만 확인 (매주 금요일 오전)
1년 이상 홀딩을 원칙 (단타 X)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뉴스는 따라가지 않기
그렇게 규칙을 세우고 나니
그래프가 출렁여도 내 마음은 덜 요동쳤다.
나는 비트코인을 샀지만,
실은 내 감정과 싸우는 시간을 사들였던 것 같다.
그래프는 오르고 내리지만
내가 지켜야 할 건 잔고보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출렁이는 시장보다
차분한 나를 먼저 점검하려 한다.
그게 내가 진짜 원하는 수익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