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울은 아니더라도, 나만의 공간을 꿈꾸기로 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주소지'가 아니라 '내 마음이 놓일 자리'였다

by 머니데일리

"넌 언제 집살 거야?"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요즘엔 안부 대신 집 얘기를 묻는다.


너도 청약 넣고 있어?
요즘 집값 다시 오른다던데...
서울은 포기해야 되지 않겠어?


그럴 때면 나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을 피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알았다.

그 질문들이 내 안의 무력감을 자극하고 있다는 걸.
나는 여전히 내 공간을 꿈꾸지만, 그게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는 걸.


부동산은 숫자보다 '기분'이 먼저였다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려고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혼란이었다.


용적률, DSR, 전세가율, 공급계획...

금리 인상, 매매전세 갭, 청약 가점...


하나하나가 낯설고 어렵고,
무엇보다 내 인생과는 멀게만 느껴졌다.


나는 단지,
비 오는 날 커튼을 치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거실을 원했을 뿐인데.
부동산이라는 단어 앞에서 마음이 작아졌다.


서울을 포기한다는 건, 기준을 다시 세운다는 뜻이었다

어느 날부터 나는 서울을 포기하자는 말을
그저 패배 선언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서울이 아니어도,

내가 자주 가는 장소들과 연결되고,

출퇴근이 괜찮고,

매달 내는 대출 이자가 마음을 짓누르지 않는다면


그건 포기가 아니라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은 좌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의 구조여야 했다.


나만의 기준표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부동산 앱보다 먼저
노트 한 장을 꺼내
내가 바라는 공간의 조건을 적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방의 모습,

마감일이 아니라 마음을 지킬 수 있는 대출 규모,

주말에 산책할 수 있는 거리의 공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동네의 온도,


그렇게 쌓인 기준표는
서울이나 신축이라는 단어보다
훨씬 내 삶에 가까웠다.


나는 주소보다 마음의 좌표를 따라가기로 했다

집을 가진다는 건
단지 재산을 소유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건
하루의 피로를 온전히 풀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어디에 살 것인가 보다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한다.


서울은 아니더라도 괜찮다.
수익보다 생존보다 더 앞에 있는
감정이 놓일 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그게 나만의 진짜 ‘내 집 마련’이니까.

keyword
이전 02화돈을 어떻게 쓸지가 아니라, 어떻게 남길지가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