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은 했지만, 마음은 책상에 도착하지 않았다.
몸은 앉아 있는데 머릿속은 어제와 내일 사이
어딘가를 떠돈다.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메신저는 계속해서 울리지만
손은 자판 위에 얹힌 채 움직일 생각이 없다.
딱히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누가 나를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냥...하기 싫다.
딱 하루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고 싶다.
내가 나를 쓰다듬는 마음으로,
오늘은 조금 느릿하게 움직이기로 한다.
화장실 가는 길에 조용히 숨을 고르고,
점심시간에는 말없이 햇살만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나만 이럴까 봐 괜히 눈치 보게 되지만,
사실 모두가 이런 날을 겪고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일하지 못한 나에게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은 조금 쉬어가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