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퇴근하자마자 침대에 쓰러진 날

by 게으른루틴

얼마 전이었다.

그날 하루도 겨우 버티고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신발도 제대로 벗지 못한 채 가방을 내려놓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옷도 안 갈아입고, 씻지도 못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먼저 날 것 같아서 가만히 누웠다.


불 켜진 방 안인데도, 눈을 감으면 어둠이 더 편했다.
회사에서는 “잘하고 있어요”라는


말 한마디 없이 일은 늘어나고,

점심시간조차 자리를 비우기 미안해졌다.

다들 바쁜 걸 아니까 누구 탓도 못하겠지만,

그게 오히려 더 서럽게 느껴졌다.

아무 말도 하기 싫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날.
그저 고요한 이 방 안에, 나 혼자만 있다는 사실이 유일한 위로였다.

“오늘은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누웠지만,

사실은 내일도 또 이렇게 버텨야 한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금만 더 눕고 싶었다.

이런 날도 있는 거라고,
누군가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말이,
다음날 아침 나를 일으켜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keyword
이전 15화책상에 앉아도 일하기 싫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