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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날개일지라도,
우리는 다시 날아오른다.

We all can do it with a broken heart.

by 구름 위 기록자

도시 전체가 마비 상태였다.
신호등은 꺼졌고, 언더터널에는 수많은 차량이 멈춰 서 있었다.


도로 곳곳에서는 젖은 발로 차를 막아 세우며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든 풍경이 마치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중간쯤, 물에 반쯤 잠긴 대형 버스 한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낯익은 로고가 물 위로 일렁였다.


“저거… 크루 버스 아니야?”
남편의 말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 안에 타고 있던 동료들은 괜찮을까?’


그날, 수많은 승무원들이 평소처럼 비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활주로 침수, 교통마비, 크루 버스의 정체로 공항은 완전히 멈춰 있었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동료들의 메시지.
어떤 이는 탑승 후 여섯 시간을 기내에서 대기하다 비행이 취소되었고,
어떤 이는 무릎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며 출근길을 개척했다.


비행을 위해 하루를 버텼던 이들에게 돌아온 말은
“죄송합니다, 오늘 비행은 취소되었습니다.”

단 한 줄의 안내뿐이었다.


나와 함께 훈련을 받았던 친구들은
결국 트레이닝 센터 바닥에서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밤을 보냈다고 했다.


그야말로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혼란 속에서도
우리 모두는 끝내 서로를 향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휴무 중이던 크루들은 젖은 동료들을 위해
직접 픽업과 드롭을 자처했다.


누군가는 50인분의 도시락과 피자를 싸서
비를 뚫고 대기 중인 동료들에게 전했다.


침수된 버스 안에서 공포에 떨던 이들을 위해
노래를 함께 부르며 밤을 견딘 크루들도 있었다.


그 3일간의 폭우를 우리는 ‘레인데믹(Raindemic)’이라 불렀다.
하늘은 단 한 번도 개지 않았지만,
사람 사이의 마음은 누구보다 밝게 빛났다.


그날 우리는 깨달았다.
이 회사의 진짜 가치는 규모나 시스템이 아니라,
그 안에서 서로를 살피며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을.


그날 부서진 날개일지라도,
우리는 다시 날아올랐다.


우리는 함께였기 때문에.


Because we can.
Because we are never flying alone.


We all can do it with a broken heart.
Because we all have an amazing team spirit in this company.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우리는 결코 혼자 나는 법이 없으니까.


마음이 부서졌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해낼 수 있다.
왜냐하면 이곳엔 서로를 믿는 놀라운 팀 스피릿이 있으니까.)


— Taylor Swift의 ‘I can do it with a Broken Heart’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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