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해진 설렘을 다시 만나다
엄마가 두바이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나는 공항에 나왔다.
비행을 막 마친 직후였고, 아직 머리망도 풀지 못한 채였다.
‘공항에서 공항으로 퇴근이라니.’
우습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피로를 달래고 싶어 달달한 커피 한 잔을 시켰다.
그리고 입국장 앞 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공항은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누군가는 꽃다발을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큰 캐리어를 끌며 반가운 얼굴을 향해 달려갔다.
웃음소리, 반가움, 설렘, 눈물.
그 모든 감정이 공항이라는 공간 안에서 피어나는 이 풍경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했다.
나는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그래, 이게 내가 이 일을 사랑하게 된 이유였지.’
누군가에게는 꿈처럼 시작되는 도시에서
나는 매일을 살아가고 있었다.
내 일상이, 누군가의 설렘이었다.
그 사실이 이유 없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피로와 지침에 눌려 잊고 있었던 감정이었다.
며칠 전 사무장님의 브리핑 멘트가 떠올랐다.
“이 직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일하며 또 다른 너를 발견하게 된다는 거야.”
그 말이 오늘따라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나는 예전부터 공항을 좋아했다.
이곳은 나에게 ‘설렘의 성지’였다.
비행기 이륙음을 들으며 가슴이 뛰었고,
출입국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며 상상했다.
‘나도 저렇게 하늘을 날며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지금, 나는 그때의 꿈 한가운데 서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지쳐 있었을까.
왜 그걸 잊고 있었을까.
아마도 너무 가까이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가까운 설렘은 때로는 당연하게 느껴지니까.
하지만 오늘,그 당연한 감정이 다시 내 앞에서 춤췄다.
입국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그들을 맞이하러 나온 이들의 눈빛 속에서.
그 안에는 기대가 있었고, 반가움이 있었고,
무엇보다 설렘이 가득했다.
그때, 엄마가 입국장을 나서며 환하게 웃었다.
여기 까지 오는 여정이 즐거웠다고, 크루들이 정말 친절했다고,
공항에서 나를 보자마자,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도 잊고 있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그래,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지.'
누군가의 설렘에 내가 동행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출발과 도착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
그게 지금의 나를 다시 이 자리로 데려왔다.
그리고,
엄마의 손을 잡고 공항을 떠나며 나는 되뇌었다.
"나는 아직 설렐 줄 아는 사람이다."
그 마음 하나면, 다시 이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