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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동물 친구들

닥스훈트부터 팔콘까지, 기내에서 만난 동물들과의 유쾌한 동행기

by 구름 위 기록자

오늘은 VIP 손님이 탄다.
모두가 그가 탑승한다는 소식에,

브리핑 때부터 눈빛이 반짝인다.

나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그의 자리로 향했다.

이미 대부분의 크루가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는 쑥스러운 듯 동행자의 뒤로 몸을 숨겼지만,

그 관심이 싫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그의 모든 움직임이 크루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운동선수일까? 아니면 유명한 팝스타?

아니었다.
"안내견(Service Dog)"이라 적힌 조끼를 입은 안내견이었다.

모두가 묻는다. 어떤 종이었느냐고. 골든 리트리버? 래브라도? 허스키?

놀랍게도, 그날 우리의 VIP는 귀여운 닥스훈트, 찰리(Charlie)였다.
그는 단연 그날 비행의 주인공이었다.


현재 항공사 규정상, 기내에 탑승할 수 있는 동물은 두 종류다.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도우미견, 그리고 아랍 문화권에서 애완동물로 키우는 팔콘(매)이다.

특정 노선(미국 출도착, 캐나다, 유럽연합, 호주–뉴질랜드 등)에서만 도우미견의 탑승이 가능하며,

이는 시각 장애 외에도 정신적·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다.

그날의 작은 닥스훈트 찰리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주인의 곁에서 우리가 준비한 도그 매트 위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말없이도 크루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 존재였다.


중동 항공사의 특징 중 하나는 팔콘의 탑승이다.
팔콘은 반드시 창가 좌석에, 눈은 후드로 가린 채,

다리를 시트에 고정해 안전하게 탑승해야 한다.
퍼스트클래스라도 좌석에 앉힐 수는 없다.

아직 실물 팔콘을 본 적은 없지만, 동료가 찍어 보낸 손님의 팔콘 사진으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했다.
기내에 매 한 마리가 앉아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인상 깊다.
언젠가 진짜로 마주하게 된다면, 오히려 내가 더 경직되지 않을까 싶다.
그 앞에서 조심스래 매의 여권과 보딩티켓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날이 오게 될까?


동물 관련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두바이–LA 비행에서 벌어졌다.

비행은 출발부터 한 시간 딜레이 되었고, 13시간이 넘는 장거리 여정이었다.
LA 도착 직전, 마지막 안전 점검을 하던 중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강아지 짖는 소리.
이상했다. 오늘 탑승 명단에는 안내견 승객 코드(SVAN)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명단을 확인했지만, 역시 없었다.
그 순간 짖는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다른 승객들도 의아해하며 나에게 물었다.

“저 소리 강아지 아니에요?”

사무장님께 여쭤보니, 카고에 옮겨지는 반려견 케이지가 총 4개라고 하셨다.

장거리 비행 동안 강아지들이 하나씩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한 마리의 울음소리가 나머지 강아지들을 차례로 깨운 셈이었다.

깜깜한 카고 안, 주인도 보이지 않는 낯선 공간에서 깨어난 아이들은

당연히 놀라고 불안했을 것이다.

다행히 비행은 곧 착륙 예정이었다.
랜딩 직전까지 이어진 강아지들의 애달픈 울음에,

기내에 있던 주인들도 안절부절못하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점프시트에 앉아 있던 우리 역시, 강아지들이 조금이라도

덜 불안하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러다 드디어 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쿵-
하는 착륙음과 동시에, 기내가 놀랍도록 조용해졌다.
마치 “합!” 하고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강아지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기내 여기저기서 안타깝고도 웃긴 숨죽인 웃음이 터졌다.
그날의 착륙은 유난히 조용하고, 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동물과 함께한 비행은 언제나 특별하다.
그들은 말이 없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울음 한 번에 객실 전체가 하나가 되게 만들기도 한다.

작은 눈망울 하나에도 위로받고,

짧은 짖음 한 번에도 함께 웃고 울 수 있다는 걸
하늘 위에서 우리는 종종, 잊지 않게 된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하늘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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