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화에서 이어집니다.
비행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반가운 인연들도 있고, 오래 기억에 남는 손님도 있다.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상처 입히는 사람도 있다.
"넌 그냥 종업원일 뿐이야,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너가 뭐라도 된 줄 알아?"
You are just a server on the plane! You are NOTHING! Who do you think you are?
그 말은 마치 비수처럼 내 가슴을 찔렀다.
10년 전, 나는 처음으로 손님에게 폭언을 들었다.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기내 안에 큰 고함이 울려퍼지고,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나와 그를 번갈아 쳐다봤다.
잔뜩 화가 난 플래티넘 손님*은 내 손에서 자신의 자켓을 매섭게 낚아챘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내가 대체 뭘 잘못 한 건지... 그때는 차분히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의 분노는 마치 내 전부를 부정하는 것 같았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기억이 난다.
탑승할 때, 그는 자켓을 나에게 "던지듯" 내밀었다.
무례하다고 느꼈지만,
감정을 삼키고 조심스럽게 클로짓에 걸었다.
비행이 끝날 무렵, 승무원은 승객에게 자켓을 다시
돌려드리는 절차를 진행한다.
나는 고민했다.
'혹시 지금 돌려드린다면, 착륙 중 자켓을 들고 계셔야 하는데, 불편하시지 않을까?'
그래서 착륙 후 자켓을 건네드리려고 출구 근처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작은 배려였지만,
혹시 좋아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그가 내 쪽으로 다가오는 얼굴은 이미 분노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왜 내 자켓을 제때 주지 않는 거야?!"
"하기 하실 때 편하실까 봐 제가..."
말이 목구멍에서 맴돌기만 했고,
그는 내 말 따윈 듣지 않았다.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를 몰아세웠다.
나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그때 동료들이 다가와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이 친구는 이제 막 수습을 끝낸 친구예요.
작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나 대신, 내 의도를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도 그는 내게 끝까지 외쳤다.
"너, 다시는 이 일 못 하게 해 주겠어!"
그날 밤, 나는 악몽을 꾸었다. 나에게 소리치는 승객이 가득한 기내에서, 나는 혼자 버티고 있었다.
잠에서 깬 나는 수없이 그날의 장면을 되감았다.
'그땐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내 의도를 미리 설명했더라면 괜찮았을까?'
머릿속은 끝없이 같은 질문으로 가득 찼다.
결국 나는, 그 사람의 폭언도 내 설명 부족도 모두 나 자신의 잘못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그날의 나 자신이 너무 미웠다.
그날의 기억은 조용히 마음속에서
아물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그 순간과 마주했다.
*에미레이트의 승객 티어는 - 블루-실버-골드-플래티넘으로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