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들과 힘들었던 비행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그동안 만난 승객 중에 가장 좋은 승객은 누구였어?”
잠시 생각했지만, 선뜻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좋은 승객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늘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한 사람을 꼽기 어려웠다.
돌아보니, 까다롭거나 힘들었던 상황은 일기에 자주 기록했으면서도
좋은 승객에 대해서는 따로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따뜻한 순간들은 기록 대신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걸까.
한 번은 14시간의 긴 비행에서, 내 이름을 따뜻하게 기억해 불러주던 승객이 있었다.
내가 그녀를 챙기는 동안, 그녀는 오히려 내가 힘들지 않은지, 휴식은 다녀왔는지를 물어주었다.
형식적인 말처럼 들릴 수도 있었지만, 그 마음이 너무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녀가 내 이름을 불러주며 고맙다고 말했을 때, 그 작은 호명이 하루의 피로를 모두 잊게 했다.
작은 친절이 한 사람의 기억 속에 크게 남을 수 있다는 걸,
그 순간 알았다. 그리고 그 친절은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번져 결국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래서 비행이 끝날 무렵, 나는 그 승객에게 가서
진심으로 말했다.
"당신을 모실 수 있어 큰 기쁨이었습니다."
온 마음 다해, 진심이었다.
어쩌면 좋은 승객은 비행의 기본값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존재한다고 여겼기에, 글로 남길 생각조차 못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건, 수많은 좋은 승객 덕분에 내가 이 일을 10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질문 이후, 마음속에서 늘 고맙던 얼굴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미소 하나로 나를 버티게 해 준 이들.
기록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존재는 언제나 내 비행의 배경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