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자신을 지키는 방식
2025.10.19
나의 친조부모님께서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모두 돌아가셨고, 외할아버지는 내가 열 살 때 세상을 떠나셨다. 내게 '할머니'는 외할머니뿐이다.
할머니는 몇 년 전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셔서 둘째 이모가 모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모가 사회복지사로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나이트 근무로 밤에 집을 비우면 할머니 혼자 계실 때 넘어지거나 쓰러지신 적이 종종 있었다. 결국 가족들은 고민 끝에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기로 했다.
그렇게 올해 4월부터 요양원에서 지내게 되신 외할머니. 요양원만큼은 가고 싶지 않아 하셨지만, 결국 자식들을 위해 받아들이셨다. 거동이 예전보다 불편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혼자 식사도 가능하시고, 정신도 또렷하신 분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편찮으신 분들 사이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드실까 마음이 아팠다.
오늘 할머니는 식사를 하러 이동하는 중에 근황을 말씀해주셨다.
“요양원에서 기저귀도 차라 그러고, 내 옷도 다른 데다 놓고 달라 그러면 준데. 나는 싫다 그랬어. 내가 입고 싶은 거 입고 싶으니까 서랍에 내가 넣고 꺼내 입겠다고 했지. 나보고 유별난 할머니래."
“나는 걸을 수 있고, 밥도 혼자 먹을 수 있고, 화장실도 혼자 가고, 옷도 고를 수 있어. 나는 다른 할머니들이랑 다른데 왜 똑같이 살아야 돼?"
나는 말했다.
“그래, 할머니. 할머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손녀가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말뿐이라 미안했다.
요양원 직원분들이 혹시 우리 할머니를 미워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지만, 한편으론 나를 지키기 가장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방식과 품위를 지켜나가려는 모습이 그저 존경스러웠다.
문득 생각했다.
나라면, 할머니처럼 지낼 수 있었을까? 요양원에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로 서글퍼져, 삶에 대한 의지를 잃지는 않았을까..
불행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어렵고, 그 속에서 나를 지키는 일은 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든셋의 우리 할머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꿋꿋이 삶을 지켜내고 계셨다.
할머니는 가르쳐주셨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