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정기검진을 지나며
2025.10.21
오늘은 수술 후, 두 번째 정기검진 날이었다.
금식 때문인지 기운이 없어 느지막이 일어났다. 병원까지는 한 시간가량 운전해야 하기에, 출발 전까지 최대한 휴식을 취했다.
출퇴근길의 지하철 역을 연상케 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언제 가도 복잡하고 정신이 없다. 그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익숙하게 채혈실을 먼저 찾아가 채혈을 하고, 영상의학과로 이동했다. 조영제를 맞기 위해 팔에 주사 바늘을 꽂고, 물을 세 컵 마셨다. 그리고 CT 촬영실 앞에서 어제 산 책을 읽으며 차례를 기다렸다.
이때의 나는 지난 7월 첫 정기검진 때와는 사뭇 달랐다. 그날 같은 자리에서 나는 조용히 울고 있었다. 암 진단과 수술 이후 처음 맞이한 정기검진 앞에서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터져버린 것이다. 그날 다음 검진 일정을 예약하며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다행히 그날 그렇게 내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흘려보낸 덕분일까, 오늘은 훨씬 차분한 마음으로 같은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잘 지내준 나 자신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CT 장비에 누웠다. 몸에 조영제가 들어오자 오늘도 역시 목구멍부터 심장을 지나 발 끝까지 몸속에 용암이 흐르는 듯한 뜨거운 감각이 퍼졌다. 1년 도 되지 않아 네 번이나 경험했지만, 여전히 낯선 느낌이다. 오늘은 복부 촬영뿐이라 검사는 금방 끝났다. ‘아, 두 번째 정기검진도 끝났구나.‘ 이제 다음 주 화요일, 교수님을 뵙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때까지는 초조한 마음을 안고 지내야 하겠지만, 이제는 그 긴장에도 익숙해진 것 같다.
혈액검사 결과는 검사 한 지 5시간이 지나니 삼성서울병원 앱에서 확인이 가능했다. 떨리는 손끝으로 가장 중요한 종양 검사 결과를 클릭했다.
‘아, 다행이다.‘
모든 수치가 정상 범위였다. 단핵구 수치만 살짝 높았는데, 몸에 염증이나 스트레스, 수면 부족으로도 일시적으로 높게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오늘 받은 이 결과가 첫 정기검진 후부터 지금까지 내가 ‘잘‘ 지내왔다는 성적표처럼 느껴졌다. 앞으로도 이 좋은 성적을 꾸준히 이어가는 모범생이 되고 싶어졌다. 학교의 성적표나 회사의 인사평가보다, 건강검진 결과가 내 인생의 성적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니까.
모든 사람들이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평소 식습관과 수면,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까지. 나를 돌보는 일에 조금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건강을 잃기 전에 건강이 가장 우선되어야 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부디 나처럼 경험하지 않아도 좋을 상처를 겪지 않도록.
나도 이제 나에게 미안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