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
2025.10.24
오늘로 퇴사 이후 처음으로 평일 내내 외출한, 나름 역사적인 한 주였다. 오늘은 서울 정동길에 다녀왔다. 어떤 이야기를 담아볼까 고민하다가, 오늘 만난 '좋은 사람'에 대해 기록해 보려고 한다.
신혼집이 생기고 인스타그램에 나의 취향이 담긴 집을 기록하면서 알게 된 인연이다. 1년 넘게 많은 대화를 나누며 좋은 관계를 이어오다가 오늘 처음 만남을 가졌다. 생각했던 것처럼 수수하고 단아한 외모에, 알면 알수록 심지가 곧고 강단있는 성향이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집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 같았던 그녀.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만 같은 이 시대에, 그녀는 이미 오래된 주택을 고쳐 자신의 가치관대로 살아가고 있는 멋진 사람이다. 번잡한 세상의 소리를 음소거하고, 남편과 둘 만의 세계를 단단히 만들어가는 두 사람의 삶이 신도시의 화려함보다 훨씬 더 빛나게 느껴졌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결혼식이나 프러포즈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점도 나와 닮아 있었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결혼식'은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식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양가 부모님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대신 최대한 생략하고 간소화했으며, 남편에게 제발 프로포즈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프로포즈를 받는 것은, 나에게 결혼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가 아니었다. 풍선, 촛불, 초고층 호텔, 명품 가방이 동반된 프로포즈라면 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녀는 알고 보니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다. 자신이 믿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그녀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단단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둘다 '많이들 하는 것', '많이들 사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 그저 내가 좋은 것, 내가 편안한 것. '나'에게만 집중할 뿐이다.
부모님과 남편을 제외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나에게 '그래도 괜찮다', '잘 가고 있다'고 말해주는 또 한 명의 동지가 생긴 오늘. 나보다 훨씬 단단한 그녀를 보며 용기와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았다.
덕수궁 앞 계단에 앉아 와플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우리의 모습은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