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했던 오지랖

내 마음이 편한 대로!

by 김우드


2025년 9월 23일


장을 보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불과 5m 앞에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낯선 움직임.

자전거 도로에서 아주 유연한 몸짓으로 스르르 기어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뱀이었다.


뱀은 버스 정류장 뒤 화단에 숨었는데,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한 마음에 자전거를 멈추고 뱀을 찾았다. 소름 끼치게도 몸통은 화단에 심어진 키 작은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머리만 화단 밖으로 살짝 내밀어 혀를 낼름 거리고 있었는데, 누군가 화단 가까이 지나간다면 다리를 확 물어버릴 것만 같았다.


뱀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지 지켜보며 '뱀 신고'를 검색하고 있는 나 자신...

'뱀도 119에 신고하는구나...'

119에 신고를 하라고는 나오는데, 정말 신고를 해도 되는 걸까?

괜히 바쁘신 분들을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이 됐지만, 혹시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커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고, 결국 119를 눌렀다.

"혹시.. 뱀 신고를 해도 될까요?"


나는 신고 후에 뱀 위치를 알려드리기 위해 나는 소방관분들을 기다려야 했다. 뱀이 숨어있는 화단을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아이를 안고 지나가는 남성, 70대로 보이시는 할머니, 노부부, 초등학생 아이들까지 아무것도 모른채 뱀이 있는 화단 가까이 지나가려했다.


"거기 뱀 있어요. 조심하세요! 신고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오지랖이 발동했다.


소방관 분들이 도착하기 직전, 뱀이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다른 화단 쪽 돌 틈 사이로 사라졌다. 나는 뱀이 들어간 돌 틈을 계속 주시하며 소방관 분들을 기다렸다.


"신고하신 분이시죠? 뱀이 공격을 하거나 그런 건 아니죠? 저희도 뱀을 잡아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다른 곳에 풀어줍니다."

"아.. 네. 저는 여기 지나다니시는 분들이 많아서 혹시 위험할까 봐 신고를 했어요. 저기로 들어갔어요."

"네 알겠습니다. 저희가 찾아보고, 못 잡으면 그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페달을 밟아 집으로 향했고, 횡단보도 신호등을 건너는데 뱀을 불투명한 통에 담는 소방관 분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이다.'

더 마음 편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침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전화가 왔다.

"아까 출동한 소방관입니다. 뱀 포획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네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냥 지나쳐도 괜찮았을까?

신고한 게 잘한 걸까? 하는 주저함이 스쳤지만, 잘한 거라 믿기로 했다.

늘 앞장서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꼭 필요했던 오지랖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편하니까!

살다 보니,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후회하는 편이 훨씬 낫더라!



p.s. 2025년을 100일 남겨두고! 뱀이 나타나다니! 역시 인생은 서프라이즈로 가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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