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앱에 알림이 떴다.
[봄소풍 안내드립니다. 준비물: 과자, 음료수, 돗자리, 점심 도시락.]
점심 도시락.
아. 그냥 단체 도시락 시켜서 보내면 안 되나...?
유튜브를 뒤적이며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난이도의 요리,
그중에서도 최대한 귀엽고 예쁜 걸 고르느라 한참을 헤맸다.
요리를 못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다른 친구와 비교했을 때 너무 저퀄이면 안되고
쉽게 상하거나 딱딱해지지 않는, 시간이 지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걸
찾아내야 했다.
...
'꿀벌주먹밥'으로 결정.
연습도 해보고,
내일 제한 시간(?) 안에 못 끝낼까 봐 조리 순서를 다시 정리해 적어두고
내일 쓸 재료도 미리 손질해놓았다.
벌써 지쳐. 벌써 긴장돼.
아침 7시.
아이들이 깰까 봐 조심조심 작은 소리로 움직이며 도시락 만들기 시작!
서툴지만 정성껏! 위생 철저!!
현이를 깨워 옷을 입히고, “오늘은 소풍 가는 날이야. 늦지 않게 어서 가자~” 했더니 아이가 문득 멈춰 섰다.
“엄마. 도시락 챙겼어요?”
“응! 챙겼지.”
가방을 열어 살짝 보여주자, 현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유치원 버스를 탄 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돌아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현이의 목소리가 내 마음속에 계속 남아있는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겨우 도시락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이렇게 피곤할 수가~
워킹맘들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내년 복직이 벌써부터 두렵고 걱정된다.
힘없이 누워 있는데, 문득 오래전 내 소풍날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의 엄마.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도 워킹맘이었는데...
엄마도 소풍날이면 항상 도시락을 직접 싸주셨다.
엄마의 김밥은 맛있지도 않았고 예쁘지도 않았다.
친구들 도시락에 비하면 재료도 조금은 소박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좋았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었으니까.
그러다가 5학년 때였나? 엄마가 갑자기
“내일 소풍이잖아. 김밥집 가서 미리 김밥을 사자~”
하시는데, 그게 나에겐 너무 충격이었다.
김밥집에서 사는 김밥이 엄마가 만든 김밥보다 훨씬 맛있고, 모양도 예쁘고, 요즘은 다 그렇게 사 간다며
엄마는 나를 달래는 건지, 변명을 하는 건지 계속해서 무슨 말을 하셨는데,
나는 섭섭한 마음이 가득 차서, 그 말이 잘 들리지도 않고, 결국 김밥집으로 가는 길에 울어버렸다.
내가 훌쩍이는데도, 엄마는 “뭘 그런 걸로 울어~ 사는 게 더 맛있다니까...”라고 말씀하시며
결국 김밥을 샀었는데...
나는 끝까지 엄마에게 내 마음속의 말은 꺼내지 못했다.
'엄마. 나는 그냥 엄마가 만들어준 김밥을 가져가고 싶어요...'
'고마워요!'
환하게 웃는 현이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살짝 들뜬 귀여운 현이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도시락을 열어보지는 않았지만 고마워요.
가방을 살짝 열었을 때
빼꼼히 보이는 엄마의 서툰 사랑이 고마워요.
현이야.
나도 너무 고마워.
맛보고 너무 놀라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