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가 당근을 6개 가지고 있어

by YEON


현이를 위해 초등 문제집을 샀다.


마치 내가 입학을 앞둔 것처럼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수학 문제집, 국어 문제집, 영어 문제집을
하나씩 골라 담았다.



[마치 내가 입학을 앞둔 것처럼]



마치 내가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처럼.


나와 꼭 닮은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건,

내 삶을 다시 한번 살아가는 것.


내가 어렸을 땐 갖지 못했던 것들.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문제집,

예쁜 문구 세트,
공부만을 위해 마련된 깔끔한 책상.

그리고

함께 앉아주는 엄마.


아쉽기만 했던 내 과거는 조금씩 흐려지고,
현이의 첫 시작마다
나는 더 나은 시작을 함께 한다.






"현이야. 봐봐~ 토끼가 당근을 6개 가지고 있었는데 곰돌이가 와서~ 3개를 가져가면~"


"왜요? 토끼 꺼를 왜 가져가요?"


"음... 배고파서? 아.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당근이 6개 있었는데~ 3개가 사라진 거야!"


현이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왜요??!!"


"곰이 가져갔다니깐."


"..."


"..."


"...엄마. 근데 곰은 꿀을 좋아하잖아요?"


"6 빼기 3 뭐야."


"... 3이요."


"3 적어."






현이가 이제 학교를 간다는 말에

남편의 지인이,

본인의 집에 있던 문제집을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캐릭터도 없고 설명도 없는 그냥 숫자와 기호만 써진 투박한 연산 문제집이었다.


이런 걸 요즘 누가 풀어... 하고 식탁 위에 그냥 두었는데.


최누가

등장


현이는 그 문제집이 쉽고 재밌다(?)며 풀어대더니

한 권을 다 풀었다.


완전. 인간계산기. 계산인간기.


내가 산 수학문제집은 못 풀던데? 신기하네...

아무튼... 그래도 수학은 걱정할 게 없겠군! 하고 있었더랬다.






현이네 반은 아침에 등교하면 10분 정도 독서시간을 가지는데,

아직 한글을 완벽히 떼지 못한 현이가 독서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 걸까

궁금해서 독서시간은 어때? 물어봤더니


자기는 독서시간에 책을 안 읽는단다.

수학을 맨날 0점 맞아서

0점 맞은 사람은 그 시간에 그걸 고쳐야 한단다.



"너... 너.. 어가... 어떻게 0점을 맞아?! 현이 너 덧셈도 잘하고 뺄셈도 잘하잖아!"


"네. 그런데. 학교. 수학문제는. 이케.. 음... 그러니까...

'5는~ 3 더하기 2와 같다.'

이렇게 글로 쓸 줄 알아야 해요!"



아!!!!!!!!! 왜애!!!!!!!!!!!!!!




"글로 써야 한다고?"


"같. 다. 뭐 그런 게 어려워요."


"그, 그럼 엄마랑 연습할까?"


"아녜요 ㅎ"


이건 또 왜 아닌데.;


"왜애?"


"그냥 ~ 고치면 돼요 ~"


...

아하! 알겠다.

어차피 글을 못 읽으니까 독서시간에 책을 못 읽더라도 아쉬울 게 없는 거구나.


태평하게 누워있는 현이의 옆통수를 바라본다.


사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꼭 한글을 떼야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가르쳐봤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가르치는 과정보다

내 아이는 좀 느리구나 인정하는 과정이 말 힘들었다.








마침, 얼마 지나지 않아

현이가 활동지를 들고 왔다.

틀린 건 엄마 아빠와 함께 복습해야 한단다.




하...


오른쪽에 있는 펭귄...왼쪽에 있는 펭귄...

이러고 있네...


이렇게 긴 문장은 우리 현이는 못 읽는다.


초1 때부터 문제가 이렇게 나오는구나...쩝...






이건 숫자만 쓰면 되는데 왜...?


"하비 어려워요."


"하비?"


"합! 합이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아 ~ 그랬구나."


더하기는 합.


잠깐.

그럼... 빼기는 뭐지..?



음.

왜 기억이 안 나지?!



뺍?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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