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만 있는 세계가 불편했던 어느 날의 기록
지인의 블로그에는 늘 풍성한 식탁과 꽃이 가득했다. 감사와 기쁨, 정성스러운 삼시세끼. 평화로운 일상.
그 옆엔 짧은 문장이 덧붙는다.
"이 또한 감사합니다."
시골에서 자연에 둘러싸여 사는 지금은 그 일상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도시에서 살던 시절에도 그녀는 늘 감사를 썼다.
작은 화분 하나에도, 반찬 몇 가지에도, 소소한 모든 것에 감사를 반복하던 그 모습은 어느 순간부터 나를 조금씩 피곤하게 만들었다.
나는 왜 그 예쁜 일기 앞에서 자꾸 눈을 감게 될까.
밝고 고운 말들 사이에서 현실의 부스러기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 단정함에, 나는 종종 외면하고 싶어졌다.
마치 무균처리된 삶처럼 느껴지는 그 기록들엔
때 묻은 손, 비 맞은 마음, 밥을 넘기지 못하는 밤이 없었다. 그 세계에선 허기나 절망, 회의나 한숨 같은 단어들이 마치, 죄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남의 고뇌에 더 오래 머문다.
누군가의 휘청임에 더 쉽게 마음이 움직이고,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에게서 진짜 용기를 본다.
쓰는 사람은 많지만, 읽히는 글은 드물다. 그건, 아마도 "행복만을 말하는 글"은 쉽게 피로해지고, 행복에 도달하기 전의 풍경을 기록하는 글만이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그녀의 감사 일기 형식도 어쩌면 말 못할 불편을 감당하고 버티기 위한 방편이었을 수도 있다. 반복되는 '감사'는, 실은 그녀의 결핍과 불안을 감추기 위한 절규였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지만, 감사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던 마음이 그 예쁜 사진들 사이에 조용히 앉아 있었는지도.
예쁜 말들 틈에서, 나는 아직도 바지춤을 붙들고 버틴다.
가끔은 입에 걸레도 문다.
오늘도 나는 푸념한다.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어느 정도는 찌질하고, 조금은 웃긴 모습으로.
풍성한 식탁이 없는 날에도, 감사의 언어가 떠오르지 않는 밤에도 나는 여전히,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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